입력 : 2021.11.05 10:00 | 수정 : 2021.11.07 13:37
[땅집고] “리모델링할 때 공공임대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동안 주민들이 반대하던 가장 큰 걸림돌 하나가 일단 제거된 셈이죠.”
지난 4일 서울 중구 신당동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고층 아파트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올해 준공 22년차를 맞은 남산타운이다. 총 42동 5150가구에 달하는데 기존 용적률(231%)이 높아 재건축이 힘들다고 보고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2018년엔 서울시가 이른바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중 한 곳으로 선정했을만큼 상징성이 크다. 사업비만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리모델링 사업이어서 주택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지만 3년째 사업이 멈춰있다.
조합설립을 추진하는 준비위원회마저 둘로 쪼개져 있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임대주택 기부채납 안돼” 주민 반발
남산타운 리모델링 사업이 그동안 지연됐던 가장 큰 이유는 임대주택 기부채납이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각종 사업 지원 조건으로 리모델링으로 늘어나는 주택 중 일부를 공공임대로 기부채납하라는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2월엔 공공기여가 아예 없는 리모델링을 하겠다며 이른바 주민 주도 리모델링 새 준비위원회가 따로 생겼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제시한 리모델링 계획안도 반대한다. 당초 남산타운 리모델링 계획안에 따르면 기존 26평은 32평으로 확장하도록 했다. 주민들은 확장 규모가 너무 작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준비위 2곳 모두 자체 시뮬레이션을 거쳐 32평은 39평, 42평은 50평대로 모든 평형을 확장하는 안을 마련했다. 리모델링 공사비는 평당 530만원, 570만원, 610만원 등 3가지 안을 두고 검토 중이다. 공사비와 사업비를 합친 가구당 예상 분담금은 1억3600만원에서 1억8100만원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는 실제 조합이 설립되면 변경될 전망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조합설립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 이후 집값은 3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남산타운 전용 84㎡는 시범단지로 선정된 2018년 평균 10억원 초반대를 유지하다가 이달 평균 1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면서 집값은 정체 상태다.
■ 둘로 쪼개진 준비위원회…주민동의 확보까지 난항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2025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재정비안은 남산타운 입장에서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리모델링을 통해 최대 40%까지 주거전용면적 확대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서울시는 정해진 기준 없이 단지 사정에 따라 도로 등 기반시설 정비, 커뮤니티시설 공유 등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에 계획 정비를 통해 공공임대 기부채납을 주거면적 확대 요건에서 제외했다. 그러면서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경우(최대 20%포인트) ▲녹색건축물을 조성하는 경우(최대 20%포인트) ▲열린놀이터·공유주차면 등 지역친화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최대 30%포인트) ▲상업시설 등 가로를 활성화하는 경우(최대 10%포인트) 등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남산타운에서는 서울형 리모델링 추진위 측과 주민주도 리모델링 추진위측 모두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한다. 다만 서울형 리모델링과 주민주도 리모델링으로 쪼개진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넘어야 한다. 서울형 리모델링 추진위는 조합 설립을 위해 필요한 2080명 가운데 동의율 58%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 3분의 2(66.7%)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기존 준비위는 2024년까지 주민 이주를 마치고 2025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7년말 입주를 기본계획으로 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에 없던 기준이 새로운 규제로 작용해 사업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그동안 리모델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기준을 만들어 사업의 불확실성을 없앤다는 부분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새롭게 생긴 규정에 맞추면서 조합원 비용 부담이 더 들어가면 오히려 리모델링 사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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