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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갇혀 살아요" 차량기지에 막힌 6000가구의 절규

    입력 : 2021.11.02 07:13

    [발품리포트] 17년째 구로차량기지에 발목잡힌 구로동의 한숨

    [땅집고] 서울 구로동 일대 전철 1호선 구로역~구일역 지상 구간에 설치된 차단벽. /손희문 기자

    [땅집고]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전철 1호선 구일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안양천을 끼고 형성된 대규모 아파트촌(村) 방향으로 20여분 걸어가니 지상 6m 높이 철제 가림막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철로 소음과 분진을 차단하는 이 가림막은 구로역에서 구일역까지 길이가 2㎞쯤 된다. 폭도 200~270m에 달해 일반적인 지상철보다 10배쯤 넓다. 바로 구로차량기지가 있기 때문이다. 구로역에서 갈라져 나온 1호선 열차는 10개 노선으로 갈라져 25만㎡(약 7만5625평)에 달하는 이곳에 보관된다.

    구로구 구로·구일동 일대 아파트 6000여 가구는 속칭 ‘구일섬’으로 불린다. 서쪽으로는 서부간선도로와 안양천에, 동쪽으로는 1호선 지상 구간과 구로차량기지에 가로막혀 섬처럼 고립된 것. 구로동 ‘현대연예인아파트’에는 최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주민 김모(59)씨는 “아파트를 고립시키는 차량기지가 떠나지 않으면 재건축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이 17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주변 지역 개발도 하릴없이 발목이 잡힌 상태다. 최근 노후 아파트가 하나둘씩 재건축과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구로차량기지 이전이 없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땅집고] 전철 1호선 구로역~구일역 지상 구간에 열차가 달리고 있다. /손희문 기자

    서울 구로구 구로·구일동 일대는 공장이 밀집한 데다 전철 1호선이 지상을 통과해 주거 환경이 떨어진다. 하루 종일 철도 소음이 발생하고 대형 차단벽으로 양쪽이 단절돼 개발도 어렵다. 서울 도심이나 여의도 등지로 접근성이 좋은데도 가격이 저평가된 이유다.

    특히 구로차량기지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지하보도가 하나뿐인 데다 외부로 나가는 출입구도 딱 두 곳밖에 없어 출퇴근시간에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차단벽 때문에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까지 차를 타고 약 30분을 돌아가야 한다.

    [땅집고] 차량기지에 막혀 속칭 '구일섬'으로 불리는 아파트촌. /손희문 기자
    ■재건축·리모델링 속속 추진…차량기지 이전이 관건

    구로차량기지 이전는 2005년 6월 수도권발전대책에 따라 처음 추진되기 시작했다. 1974년 설치됐는데, 서울 도시 규모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장하면서 주변이 아파트촌으로 바뀌는 등 외곽으로 이전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도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전 후보지역의 반대에 부딪쳐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국토교통부는 2019년에야 2027년까지 1조718억원을 들여 9.46㎞ 떨어진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로 차량기지를 이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KDI(한국개발연구원)가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해 2022년 상반기에 결과 검토를 한다는 계획이다.

    [땅집고] 17년째 이전 논의가 지지부진한 구로차량기지. /한국철도공사

    섬처럼 고립된 구로동 일대 아파트들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재건축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구로주공1·2단지’. 최고 15층 6동 총 2100가구 대단지로, 2018년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정비계획안을 수립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서울시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논의 중이다.

    ‘현대연예인아파트’는 최고 15층 6동 총 735가구로, 내년 상반기에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신도림동 ‘우성 1·2차 아파트’는 최근 증축형 리모델링을 위한 1차 안전진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차량기지 이전이 핵심인 만큼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주거환경 개선도 반쪽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땅집고] 서울 구로구 구로1동 현대연예인아파트 입구에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손희문 기자

    ■ 광명시는 “결사 반대”…타당성 재조사 결과 주목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광명시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의 차량기지 이전 계획을 전면 거부한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라며 “국토부에 다른 지역을 물색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타당성 재조사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내년에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서 타당성이 확보된다면 국토부는 광명시와 차량기지 이전을 협의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낙후된 구로구 발전을 위해 차량기지 이전은 필수라고 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구로동에는 학교와 대형병원,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는데다 도심 접근성도 좋고, 차량기지가 이전하면 해당 부지에 주거·상업 복합단지를 개발해 지역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며 “차량기지 이전을 위해 관계기관 협의와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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