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27 03:41
[GO부자에게 물어봐] 전셋집 구했더니 신탁등기됐다면…
[땅집고]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A씨. 예비 신랑과 자금을 합해도 집을 사기는 힘들어 전셋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려고 한다. 매주 주말 예비 신랑과 함께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닌 끝에 친정집에서 가까운 다세대주택(빌라)이 전세 매물로 나온 것을 확인했다.
서둘러 임대차계약을 하려고 했는데,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니 주택 소유관계가 아리송했다. 원래 주택 소유자는 B씨인데, 현재 소유권은 C신탁회사로 돼 있던 것. 공인중개사를 끼고 B씨를 만났더니, “내 집이니 나와 전세 계약하면 된다. 계좌번호를 알려줄 테니 보증금을 입금하라”고 한다. A씨는 신탁이 무엇인지, 정말 B씨에게 전세보증금을 송금해도 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보유한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전문지식을 갖춘 부동산 전문가로 구성된 신탁회사가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해당 부동산을 대신 관리·처분·운용·개발 등을 해주는 편리함 때문이다. 주로 미성년자, 고령자, 해외거주자, 부동산 전문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신탁 서비스를 이용하곤 한다. 신탁회사는 부동산을 관리 또는 처분해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때 부동산 소유자를 위탁자, 신탁회사를 수탁자라고 한다.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신탁회사에 맡기면서 얻는 장점이 또 있다. 다른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방지할 수 있어 부동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것.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을 비롯해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 국세 등 체납처분을 할 수 없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아파트, 빌라, 상가 등을 보면 신탁등기된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A씨처럼 신탁등기된 주택을 발견했을 경우, 임대차계약은 누구와 체결해야 할까. 먼저 신탁 등기된 주택이라면 신탁회사와 임대차계약서를 쓰는 것이 원칙이다.
주택이 신탁 등기되기 전에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면 원래 주택 소유자로부터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신탁 등기 후에 신탁회사가 아닌 원래 주택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맺는다면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신탁회사는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귀속받은 주체로서, 신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당 신탁재산을 관리·처분하는 등 모든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신탁등기된 주택이라면 신탁회사의 임대차승낙동의서가 있어야 원래 주택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맺을 수 있다. 신탁원부를 발급받으면 주택소유자에게 임대차계약에 관한 권한이 주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신탁원부를 떼어본 결과 위탁자(주택소유자)에게 이 권한이 없다고 나온다면, 반드시 신탁회사와 임대차계약해야 한다.
임대차계약에 관한 권한이 있는 위탁자(원래 주택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보증금은 반드시 신탁회사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 신탁계약서에 ‘임대차계약은 신탁회사(수탁자)의 사전승낙을 받아 원래 소유자(위탁자)가 체결하지만, 보증금은 수탁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씨는 신탁등기된 빌라를 전셋집으로 구하더라도 보증금은 주택 소유자인 B씨가 아닌 C신탁회사의 계좌로 입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 편집=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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