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22 03:53
[땅집고] “요즘은 문의하는 고객들이 다들 코로나 사태가 끝나는 걸 전제로 물어봅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집 안에만 머물던 있던 소비자들이 움직일 것이고, 상가도 그만큼 활성화 될 것이라는 계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분양하면 2~3년 뒤에 완공되지만, 그래도 당장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 투자자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거든요.”
이달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 분양을 앞둔 ‘다산역 파크애비뉴’ 상가 분양 담당자는 “코로나 확진자가 치솟던 불과 두어달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정부에서 위드 코로나 발언이 공식적으로 나온 뒤부터 투자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 상가는 지난 8월 분양해 2024년 입주 예정인 ‘다산역 데시앙’ 오피스텔 단지 내 상업시설로 들어선다. 분양 회사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 방침이 나온 이후부터 서울 거주자들이 아파트를 대신할 투자처로 상가 분양을 문의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 시행을 예고하면서 다소 위축됐던 상가 투자 시장이 살아나고, 중심 상권의 임대수요도 늘고 있다. 코로나 시기 동안 고통 받았던 자영업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업계와 유통업계에선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식당과 카페 등 요식업 업종과 영화관 등이 최대 수혜업종이 될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투자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작은 자본으로 투자가 가능한 집합상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시장에 풀린 돈이 규제가 많은 주택보다는 상대적으로 규제와 세금에서 유리한 상가 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상가 분양 시장에 투자자들도 많이 몰리고 있다. 지난 7월 지하철 9호선 서울 강서구 가양역 인근에서 분양한 ‘마스터밸류 에이스’ 지식산업센터 단지 내 상가는 분양 시작과 동시에 당일 모두 계약을 완료했다. 지난달 22일 입찰을 진행한 ‘병점역 아이파크 캐슬’ 단지 내 상가 역시도 입찰 이틀 후인 24일 분양 100% 완료 현수막이 현장에 걸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집합상가 투자 수익률은 1.78%를 기록해 지난 1분기(1.38%)보다 0.4%포인트(P) 올랐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수익률이 바닥을 찍었던 2020년 3분기(1.15%)보다는 0.63%P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이던 2018년 2분기(1.84%)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경기도 지역의 상가 투자수익률은 한때 1.16%(2020년 3분기)까지 떨어졌다가, 올 2분기 1.98%로 올라섰다. 서울(1.8%) 인천(1.1%)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올해 상가 투자수익률이 개선된 것은 코로나로 인해 떨어졌던 상가 매매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상가 ‘투자수익률’은 ‘자본수익률’에 ‘임대수익률’을 더한 수치를 말한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2분기 집합상가의 임대수익률은 1.11%로, 지난 1분기 (1.12%)보다 오히려 줄었다. 그러나 이 기간 ‘자본수익률’은 지난 1분기 0.35%에서 0.87%로 급등했다. 최근 투자 수익률 증가는 대부분 상가 가격 상승에 따른 효과라는 것.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상권 붕괴로 임대 수익률은 여전히 낮지만, ‘코로나 이후’를 보는 투자자들로 인해 매매가격은 이미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젊은층들이 많이 찾는 주요 상권에도 매매·임대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는 강남·종로 등 주요 업무 지구뿐 아니라 연남동·성수동 등 신생 상권도 타격을 받았고, 임대 수요도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창업을 미뤘던 자영업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수동에서 건물 통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성수AK부동산중개사무소’ 전선경 대표는 “코로나가 다소 진정 되면서 성수동에서 점포를 내려던 창업자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임대 문의도 활발하다”며 “최근에 준공되고 있는 신축·리모델링 건물들은 준공과 동시에 건물 전체임대 계약이 이뤄지고 있고, 임대료도 제법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상가 투자 시장이 살아나는 데에는 코로나 진정세뿐 아니라 4년간 문재인 정부가 유례없이 쏟아냈던 주택시장의 규제와 세금폭탄도 한몫하고 있다. 규제와 세금으로 인해 주택시장에서 빠져 나온 투자자금이 상가 시장으로 흘러드는 일종의 ‘풍선효과’다. 주택 시장의 규제가 강력한 서울·수도권 상업시설 거래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건물 용도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제외한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해 상반기 15만6031건 수준에서 올 상반기 18만1335건으로 전년 대비 2만5304건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해 상반기 4만9089건에서 올 상반기 6만743건으로 전국에서 전년대비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었다.
정부가 11월 ‘위드 코로나’가 선언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상가 투자와 임대 시장이 본격적으로 되살아 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집값이 2배로 뛰는 동안 저금리 속에서도 상가 가격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상가 매매·임대 시장이 살아나더라도 지역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부동산 마케팅 전문회사 내외주건 김세원 상무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업무지구 중심의 상권이나 대로변 상가가 되살아 나기는 쉽지 않다”며 “젊은층이 모이는 골목상권이나 소비성향이 강한 30~40대가 계속 유입되는 신도시 상권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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