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17 09:50
[땅집고] 여당 소속인 김수영 양천구청장 등 서울 구청장 3명이 최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여당 소속 구청장들이 한꺼번에 국토부를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은 “임기 내내 가만히 있다가 내년 지방 선거가 다가오니 쇼하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과 오승록 노원구청장,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노 장관을 만나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구청장들은 안전진단 평가 4개 항목 중 ▲구조안전성 ▲건축마감·설비 노후도 ▲주거환경 비중을 모두 30%로 동일하게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은 50%, 노후도는 25%, 주거환경은 15%다.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면 구조적으로는 튼튼해도 생활 여건이 불편한 아파트의 재건축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 안전진단 최종 과정인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한 단지를 변경 기준으로 재심사한다면 대부분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 구청장은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서울에서 획기적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14개 단지, 2만6000여 가구인 양천구 목동아파트는 재건축이 이뤄진다면 현재보다 2배 많은 5만3000여 가구 주택 공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 구청장과 박 구청장도은 재건축 무산으로 실망한 주민 목소리를 전달했다. 오 구청장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변화로 주민 주거행복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아파트 재건축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 역시 “재건축 규제 완화는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공급을 늘리는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청장들의 이 같은 행보를 ‘뒷북’이라고 지적한다.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아파트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릴 때는 모른척하다가 내년 6월 지자체장 선거를 의식해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 한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 온라인 게시판에는 “여당 소속 단체장들은 지금까지 뭐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쇼하나”, “선거 때는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 나몰라라 한다”,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선거가 무섭긴 무서운가보다”는 글이 올라왔다.
양천구는 지난 4월 목동신시가지 11단지 안전진단 결과 통보에 늑장 대응해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목동 11단지는 지난 4월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58.78점)을 받아 최종 탈락했다. 하지만 양천구는 적정성 검토 결과 보고서를 받고도 일주일 동안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목동 11단지 주민은 당시 “주민들이 구청에 수십차례 문의 전화를 했는데 정확한 탈락 사유와 점수도 알려주지 않은 것은 직무 태만”이라고 비판했다.
2018년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까다롭게 바꾼 이후 올해 9월까지 안전진단 최종 관문을 통과한 단지는 전국에서 고작 5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재건축 안전진단을 중단하는 아파트가 크게 늘었다.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와 상계주공6단지가 내년 대선 이후로 정밀안전진단 일정을 미뤘고, 목동 신시가지 등 다른 재건축 단지도 안전진단 일정을 재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토부 입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노 장관은 이날 구청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 그래서 세금이 도대체 얼마야? 2021년 전국 모든 아파트 재산세·종부세 땅집고 앱에서 공개. ☞클릭! 땅집고 앱에서 우리집 세금 바로 확인하기!!
▶땅집고는 독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개별 아파트와 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 소식과 사업 진행 상황·호재·민원 등을 제보해 주시면 기사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기사 끝 기자 이메일로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