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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34평 6억원대…오세훈표 주택정책 성공할까

    입력 : 2021.10.15 06:55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권 핵심지에 토지임대부 주택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선DB

    [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등 강남 알짜 땅 3곳에 속칭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주택 건설을 추진해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지상에 짓는 아파트만 수분양자가 소유권을 갖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7년 처음 선보였다. 통상 주택 분양가 중 땅값이 60% 정도 차지하는데, 토지임대부 주택에선 이 땅값이 빠지기 때문에 분양가가 시세의 ‘3분의 1값’ 정도로 대폭 낮아진다. 현재 서울 강남 30평대 아파트 가격이 20억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6~7억원에 분양이 가능한 셈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이 언급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대상지는 총 3곳이다.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다. 모두 서울시가 소유한 땅으로 강남에서도 입지가 좋은 곳으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땅집고 통화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강남권 부지 3곳뿐 아니라 서울시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소유한 다른 부지들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구조.

    토지임대부 주택은 오 시장 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집값 안정화 방안으로 임기 내 100만가구 공급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급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가 많았다는 점에서 과연 서울 집값을 잡을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강남 한복판 34평 아파트 6억원대에 분양?

    [땅집고] 오세훈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후보지 3곳. 각 후보지별 가구수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행복주택 및 신혼희망타운을 포함한 수치로, 아직 미정임. /이지은 기자

    서울시가 검토 중인 토지임대부 주택 3개 단지는 충분히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3곳 모두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 한복판이다. 더구나 서울시가 토지 임대와 관련해 현행 주택법 78조에 따라 40년 임대기간을 설정할 예정이어서 주거 안정성도 보장된다. 수분양자의 75% 이상이 계약갱신을 청구하면 1회에 한해 40년 범위 안에서 임대기간을 갱신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동안 공급됐던 토지임대부 주택은 입지가 좋은 곳일수록 인기가 높았다.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 서초A5블록(서초LH5단지·358가구)와 강남A4블록(LH강남브리즈힐·402가구)에 공급한 주택은 청약 경쟁률이 각각 6.9대 1, 3.5대 1을 기록했다. 반면 2007년 경기 군포 부곡지구 B2블록에는 389가구를 공급했는데, 40명만 청약해 경쟁률이 0.1대 1에 그쳤다. 결국 나머지 물량은 일반분양으로 전환했다. 현재 이 아파트는 3가구만 토지임대부 주택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땅집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실적. /이지은 기자

    ■ 시세차익 없고, 매달 임대료 내야…재건축도 어려워

    서울 강남권 등 입지가 좋은 곳을 제외하면 토지임대부 주택이 계속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수요자 입장에서 토지임대부 주택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먼저 일반아파트를 분양받았을 때와 달리 미래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지난해 12월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받은 경우 해당 주택을 LH에만 되팔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양도하려는 경우, LH가 미리 정해진 금액으로 사들인다. 매입가는 입주자가 납부한 입주금과 그 입주금에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산해서 산출한다. 즉 서울 집값이 오르더라도 토지임대부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 상승분만큼의 시세 차익을 가져갈 수 없다.

    토지임대부 주택이 지어진 땅이 서울시나 SH 소유인 만큼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토지 사용료 명목으로 매달 월세를 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서초LH5단지 전용 84㎡의 경우 분양가는 2억500만원 정도였는데, 월 토지 임대료가 약 45만원에 달했다. 임대료는 2년 단위로 오르며 5% 상한 적용을 받는다.

    [땅집고] 1970년 용산구 이촌동에 공급한 토지임대부 주택 '중산시범아파트'. 준공 50년이 넘도록 재건축을 못해 건물 외관이 낡고 곳곳에 금이 가있는 모습이다./손희문 기자

    토지 소유권이 서울시나 국가에 있기 때문에 건물이 낡아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채우더라도 재건축하기도 어렵다. 토지 소유자인 공공기관의 동의가 있어야만 재건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공급할 토지임대부 주택의 재건축에 대해 “입주민이 조합을 결성하고 토지 소유주인 서울시나 SH 동의를 얻는다면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SH의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고, 정부의 재건축 규제 정책이 지속되면 재건축은 쉽지 않다.

    공공 부지가 한정된 서울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량을 크게 늘릴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시는 최근 몇 년간 사실상 활용 가능한 모든 시유지를 택지로 개발한 상태라서 여력이 크지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경우 100만 가구를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애초에 그럴 땅이 있었다면 진작 택지로 공급해 주택 공급난을 해소했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이 자가 마련 갈증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토지임대부 주택은 주택 수요자의 자산 증식 욕구를 충족해줄 수 없고 공급량도 한정적이어서 주택 공급 정책으로서 불안정하고, 완전한 임대주택인 장기임대나 영구임대보다 주거 비용이 높아 주거복지 정책으로도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이도저도 아닌 토지임대부 주택보다 차라리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임대나 영구임대 공급을 늘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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