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13 03:37

[땅집고] “이번에 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미임대주택 보러 자양동 다녀왔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새똥으로 아주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장기미임대가 괜히 장기미임대가 아니구나를 느끼게 됐네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 8월부터 입주자를 모집 중인 서울 광진구 자양동 다가구주택(빌라) ‘자양에스하임’에 사전 답사를 다녀온 A씨는 최근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 주택은 SH공사가 매입임대주택으로 사들였지만 장기공실로 방치된 곳이다. A씨는 “창문은 물론 창틀까지 새똥이 무더기로 쌓여있을 만큼 관리가 안돼 도저히 입주할 엄두가 안났다”고 했다. 그가 답사한 이 임대주택은 전용 37㎡ 기준 보증금 1609만원, 월세 21만원이다.
A씨가 올린 후기를 접한 다른 예비청약자 역시 “정말 심하다. 내가 본 장기미임대주택도 곰팡이 천지에다 담배 찌든 냄새까지 났다”, “나도 여기저기 가서 둘러봤는데, (주택 상태가) 실망이었다. 장기미임대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SH공사는 민간 다가구·원룸 주택을 사들인 뒤 무주택 서민에게 시세 30% 임대료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매입임대주택 중 공가 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상 빈 집은 ‘장기미임대주택’으로 분류하고, 소득·자산 기준 등 입주자격을 일부 완화해서 입주자를 모집한다.
하지만 SH공사 장기미임대주택은 입주자모집공고를 낼 때마다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장기미임대주택 957가구 공급 결과, 평균 청약경쟁률은 7대 1로 높았지만 실제 계약률은 60%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청년·저소득층 주거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저렴한 임대주택에서 미계약이 속출하는 것은 의외라는 지적이 많다.


이유가 뭘까. 임대주택 입주 희망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크게 세 가지다. 대부분 주택이 대중 교통과 편의 시설을 이용하기 불편하고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계단식 빌라라는 것. 무엇보다 주택이 6개월 이상 공실로 방치됐는데도 SH공사의 관리 부실로 주택 내부 상태가 입주하기 꺼릴만큼 ‘최악’이라는 주장이다.
감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SH공사 정기감사 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감사원은 SH공사 주택 공실 이유로 ▲승강기 미설치(35.4%) ▲교통 불편·위치 문제(26.2%) 등 상품성 부족을 꼽았다. 감사원은 “SH공사가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 총 1만9495가구 중 4697가구(24.1%)가 공실인데, 이 중 71.6%(3365가구)가 장기미임대주택”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에 보유한 매입임대주택 공실 중 장기미임대가 3.3%에 불과한 것과 비교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SH공사가 공급 목표 채우기에 급급해 선호도 낮은 주택을 사들여 장기미임대 상태로 방치되고, 집이 낡아가면서 또 다시 입주를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SH공사가 임대주택 수요나 주변 빈 집 현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저렴한 빌라를 대거 사들여 임대주택 공급량을 불리려는 ‘보여주기’식 공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곧 세금 낭비나 다름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싼 집만 매입해 장기미임대로 남겨두기보다 숫자는 적더라도 수요자가 선호하는 주택 위주로 공급해 공실 없이 임대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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