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06 07:23
[땅집고] “입주 한 달을 앞두고 갑자기 중도금 대출 가능금액이 줄어 적게는 1억원, 많게는 2억원을 입주자가 알아서 구해야 합니다. 서민들이 한 달 만에 이 돈을 어떻게 구하란 말입니까.”
이달 입주를 앞둔 경기 하남시 감일스윗시티 B3블록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최근 이 같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아파트 분양 집단대출은 통상 분양가 9억원 이하의 경우 사업주체인 건설사와 시행사가 금융기관을 통해 알선한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이 대출 기준을 기존 감정가액의 40%에서 분양가의 40%로 변경하면서 한도가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집단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마련하려 했던 수분양자들은 현금이 없으면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갑작스럽게 집단대출과 전세대출 등 서민 대출을 중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은행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올해 각 은행별 가계부채 증가율을 6%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방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막힌 전례가 없어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달 입주를 앞둔 경기 하남시 감일스윗시티 B3블록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최근 이 같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아파트 분양 집단대출은 통상 분양가 9억원 이하의 경우 사업주체인 건설사와 시행사가 금융기관을 통해 알선한다. 그런데 KB국민은행이 대출 기준을 기존 감정가액의 40%에서 분양가의 40%로 변경하면서 한도가 대폭 줄었다. 이에 따라 집단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마련하려 했던 수분양자들은 현금이 없으면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갑작스럽게 집단대출과 전세대출 등 서민 대출을 중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은행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올해 각 은행별 가계부채 증가율을 6%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방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런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막힌 전례가 없어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 “공공·민간분양 모두 대출 중단…길거리 나앉을 판”
시중 은행이 갑작스런 집단대출 중단에 나선 것은 금융위원회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6%대로, 내년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연간 4%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8월 농협은행이 “한도가 찼다”면서 신규 대출을 먼저 중단했고, 이어 다른 은행으로 순식간에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대출 세부항목까지 정해 규제한 것은 아니지만 집단대출을 포함해 줄일 수 있는 대출은 다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중은행이 집단대출 불가 방침을 정하면서 사업주체들도 일제히 수분양자들에게 ‘중도금 대출 불가’를 선언하고 있다. 민간분양뿐 아니라 공공분양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검단신도시 안단테’ 입주자모집공고에서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주로 받는 전세대출까지 불똥이 튀었다. 가계대출 비중이 큰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전세대출 한도를 모두 줄였다. 하나은행도 전세대출 한도를 곧 축소하기로 했다. 은행의 총량 규제뿐만 아니라 금융 당국이 이른바 갭(gap)투자를 잡겠다는 명목으로 전세대출 제한을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세대출 한도와 관련 문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 “집단·전세대출 막으면 서민 피해 우려”
중도금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은 주택 투기와 관련 없는 서민 실수요자가 주로 받는다는 점에서 그동안 정부 규제로부터 무풍지대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은행별 대출 한도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지난 4월인데 8월 말부터 갑작스레 모든 은행이 일시적으로 대출을 중단한 것을 두고 의구심이 높다. 임기 말을 앞두고 집값 상승세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실수요자가 피해보는 것은 피해야 하니 신중히 고려하겠다”면서도 “전세대출, 집단대출 등이 크게 늘어난 부분을 감안해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서민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실수요 대출을 규제한다는 식의 태도만 취해도 개별 금융기관은 선제적으로 실수요자 대출을 막아버릴 수 있다”면서 “고소득자가 아닌 무주택 실수요자는 대출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서민, 취약계층, 실수요자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가계부채관리 대책을 이달 중순쯤 발표할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출 총량 목표를 연 6%대로 설정하다 보니 일부 은행에서 하반기 대출을 관리하면서 (대출) 제약요인이 생기는데 가능한 한 실수요자에 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협의해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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