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0.03 09:48 | 수정 : 2021.10.03 09:53
[땅집고] 정부가 연말까지 추가 전세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하자 지역별로 전·월세 임대료 상한선을 산정하는 ‘표준임대료’ 카드가 재차 거론되는 분위기다. 표준임대료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매년 주택 위치·면적·구조 등을 고려해 표준주택을 선정하고 표준임대료를 산정·고시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임대료를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셈이어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대인에게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반(反) 시장적인 규제는 또 다른 시장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튜브 땅집고TV에서 진행하는 ‘유심 라이브’에 출연한 한상혁 땅집고 취재팀장과 심형석 미국 IAU 부동산학과 교수의 대담을 통해 표준 임대료 도입과 그 부작용에 대해 알아봤다.
한상혁(이하 한): 요즘 전세금이 하도 난리이다 보니까 정부가 계속 새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가 대책을 연말까지 내놓겠다, 이렇게 얘기했는데요. 정부·여당이 올해 도입한 전월세 등록제에 추가로 표준 임대료까지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심형석(이하 심): 표준 임대료라는 것은 사실 2~3년 전부터 민주당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주제지요. 부동산 업계를 비롯해 시장에서는 실제로 도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죠. 실제로 도입한다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 쉽게 말해서 전세는 얼마, 월세는 얼마 이렇게 시세를 정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심: 어쨌든 표준 임대료라는 개념을 정해서 전세나 월세가격에 대한 상한가격을 설정하는 거죠. ‘이 이상은 받지마라’는 최고 가격제인데요, 예컨대 서울 강남권에 적용해 보면 특정 지역이나 동(洞)의 전세금은 얼마, 월세는 얼마 획일적으로 정하는 거에요. 하지만 강남도 사실은 균질한 지역은 아니거든요. 10억원짜리 아파트도 있는 거고, 최근에는 ‘아크로리버파크’(아리팍) 전용면적 84㎡가 4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죠. 그래서 아파트라면 같은 동(棟)을 단위로 해당 동의 가격을 정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이 역시도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방금 댓글 달아주신 분께서 “표준 임대료 동별로 정하면 아파트 집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 만별인데. 무슨 소리냐”라는 질문을 주셨는데요.
심: 예. 그래서 도입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이게 평균 가격이라는 게 아까 말씀드렸던 지금 서울 강남이나 용산에서 거래되는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20억원대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이 평균가보다 훨씬 비싼 아파트도 있고, 엄청나게 낮은 아파트도 많은 상태인데요, 제 각기 다른 기준을 평균 내서 표준 임대료를 산정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또 최근 계속해서 전세 이중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전·월세 상한제(5%룰)을 적용받는 갱신 계약 물건의 전세금은 5억원인데, 이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계약의 전세금이 많게는 10억원. 그러니까 2배 가까이 전세금 격차가 생기는 사례가 흔한데요, 그래서 이게 신규 계약에도 5%를 적용하는 이 두 가지를 아마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근데 둘 다 상당히 심각한 정책이고요.
한: 네. 표준 임대료로 시장에서 가격을 한정해 버리면 암시장이 형성되면서 몰래 어디 가서 내가 이거보다 더 줄 테니까 등록 안 하고 좀 여기 살게 해달라 이런 식으로 표준 임대료 정하기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이 올라가는 가격을 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거죠.
심: 당연히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거죠 집주인들은. 그래서 그런 것을 ‘그레이 마켓’이라고 표현을 하거든요. 이론적으로는 이런 뒷돈이 거래되는 시장이 아주 급격하게 형성되죠. 그리고 관리비도 네가 내라. 온갖 것들을 다 임차인한테 전가시키는거죠. 정부에서 그것마저 금지시키면 집을 고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할 거에요. ‘어차피 들어올 때 네가(세입자가) 다 해라’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정부가 표준 임대료를 도입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현재 국토교통부도 사실 거의 관리만 하고 있지, 뭔가 새로운 걸 내놓거나 시도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이거든요. 현 정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서 더 그런 것도 있고. 정말 폭탄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런 이런 정책들을 쓸 가능성은 저는 크지는 않다고 봐요. 다만 어쨌든 이런 가능성이 있다 보니까 굉장히 걱정하는 거죠.
한: 전문가들이 지난 4년 동안 수도 없이 이렇게 무리한 규제를 하면 시장에서 왜곡 현상이 일어나면서 역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랍고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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