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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기다린 아파트, 대출 막혀 날릴 판" 애끓는 서민들

    입력 : 2021.09.30 03:25

    [땅집고] “2010년 아파트 사전청약에 당첨돼 11년 만에 겨우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단대출을 막아버리면 실수요자는 죽으라는 건가요?”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이 지난 29일부터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중도금 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5대 시중은행 중 3곳이 ‘대출 틀어막기’에 나섰다. 대출 규제 강화로 무주택 실수요자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특히 신규 분양 아파트 집단대출이 막히면서 내 집 마련 꿈에 부풀었던 서민들은 “당장 길바닥에 나앉게 됐다”며 반발한다.

    [땅집고]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글. 은행권 대출 한도 축소로 입주에 차질이 생겼다며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고금리 2금융권이나 사채라도 써야 할 판”

    금융권 대출 규제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일 대출 규제를 성토하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7일 올라온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을 막아놓으면 실수요자는 죽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이틀 만에 참여인원 3000명을 넘어섰다.

    이 청원인은 40대 후반에 자녀 2명 둔 가장이라고 밝히며 “2010년 12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추진하는 경기 하남의 한 아파트에 사전청약을 넣어 당첨됐는데, 분양 당시 시세의 60%에 맞는 집단대출이 있다고 해 입주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집단대출을 막는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청원인은 지난 24일 “최근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인해 당장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온 1주택 실거주자들이 집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1금융권(은행)이 막히면 서민들은 높은 이자를 안고 2금융권이나 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1거주 실소유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청약으로 생애 첫 집을 장만했다고 밝힌 또 다른 청원인 역시 지난 17일 ‘생애 최초 주택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에 막혀 웁니다’라는 청원에서 “현재 신규 분양아파트 입주 한 달을 앞두고 집단대출을 막는 바람에 은행으로부터 4% 고금리 대출을 선착순으로 받는 상황”이라면서 “입주를 앞둔 서민·실수요자들에게는 집단대출을 막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집단대출 가능 여부, 향후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 여부에 대해 묻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돈 없으면 청약 당첨돼도 현금부자 아니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결국 때려잡히는건 서민들”이라고 분노했다.

    [땅집고] 지난 8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대출 창구에서 한 시민이 대출 관련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오는 8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신용대출을 제외한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뉴시스

    ■ “당첨되면 뭣하나, 대출 안되는데…결국 그림의 떡”

    전문가들은 청약 제도를 쉽게 개편하면서 대출을 막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오는 11월부터 청약제도가 개편돼 추첨을 통한 당첨 기회가 늘어나는데, 정작 집단대출 리스크가 생기면 자금 여력에 의해 또 다른 허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청약당첨자 상당수는 무주택 실수요자인데 집단대출을 규제하면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금융 당국이 다음달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예고하면서 대출 고삐를 더욱 옥죄고 있다는 것.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엄격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까지 걷어내겠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미 자금 계획을 세워 분양받은 실수요자의 중도금 대출은 건설사에서 기간을 조정한다든지 잔금 대출에 대한 최소한의 소급 적용을 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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