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29 06:59 | 수정 : 2021.09.29 10:42
[땅집고]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서울 강남구와 경북 경산시 등 곳곳에서 지자체와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가 합의 없이 발표한 임대주택 계획이 지역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9일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따르면 강남구는 정부가 지난해 8·4대책 일환으로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급하려던 3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계획을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순균 구청장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서울의료원 부지를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땅의 대체 부지로 제공해 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것과 관련 “임대주택 3000가구 공급 계획을 철회해야 맞교환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부지를 대한항공이 보유한 종로구 송현동 땅의 대체 토지로 제공해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이 서울시에 송현동 땅을 팔고, 매각 대금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신 지급하며, 서울시가 시유지인 서울의료원 부지를 대체 토지로 LH에 제공해 임대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하지만 강남구가 임대주택 건설을 전제로 서울의료원 부지를 제공하는 데 반대 입장이어서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의료원 부지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 5개 중 하나로 원래 컨벤션, 오피스 등 비거주용 건물을 짓기로 했던 땅이다. 그러다 2018년 12월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북측 부지에 공공주택 800가구를 짓겠다고 나섰고, 정부가 3000가구로 대폭 늘렸다.
하지만 강남구는 해당 부지가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된 탓에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고 초소형 원룸으로 공급될 수밖에 없어 부적절하다고 반박한다. 정 구청장은 “서울의료원 부지 개발은 GBC(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과 영동대로 복합개발, 잠실MICE 개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통 등이 포함된 국제교류복합지구의 한 축”이라며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 공공주택 공급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일대에 짓는 대임지구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도 현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영남대 주변 원룸 임대인들은 최근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임지구 동쪽에 이미 전국 최대 규모 원룸촌이 형성돼 임대료가 낮은 상황에서 또 다시 대규모 저가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영세 임대사업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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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임지구는 정부가 무주택 서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하는 주거복지로드맵의 대상지다. 전체 1만124가구 중 4642가구가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른 주택 공급량으로는 남양주 진접2지구(1만300가구)에 이어 둘째로 많다.
주민들은 임대주택을 포함한 과도한 주택 공급이 불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산시는 2018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126.2%에 달한다. 대임지구 동쪽에 100만㎡가 넘는 부지에 원룸과 오피스텔이 빼곡하다. 대임지구 맞은편 임당동에도 200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오세혁 경북도의원(경산시)은 “대임지구는 인근지역이 원룸 과잉 공급으로 임대료가 무너지고 있고 아파트 단지도 많다”며 “불필요한 임대주택보다 부지와 바로 붙어있는 영남대학교를 비롯한 경산시 내 12개 대학과 연계한 첨단 일자리 창출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 공급량 확충에만 급급한 나머지 임대주택 건설 예정지의 실태 파악과 주민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미 서울 태릉골프장 개발이나 과천청사 부지 개발도 결국 지역 현황과 민심을 살피지 않은 탓에 계획이 틀어지며 행정적인 낭비만 낳았다”며 “내놓는 정책마다 반대지역이 속출하는 상황은 정책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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