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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주택도 인기 뚝…부동산시장 흔드는 뜻밖의 변화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21.09.29 06:51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부동산 시장도 기후 변화가 전부다

    [땅집고]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타임지 커버. /타임

    [땅집고] 최근 텍사스로 이주한 두 가정을 만났다. 그런데 이주 이유가 특이했다. 한 가정은 잦은 산불, 한 가정은 너무 추운 날씨를 들었다. 모두 이런 기후적 특성이 가족 안전을 위협한다며 다음 둥지를 찾아나선 것이다. 이런 이주가 드문 일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더 좋은 날씨와 기후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중개회사인 레드핀(Redfin)이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에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미국인 중 약 절반이 그 이유로 자연 재해와 극한 기온을 꼽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기후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영향력은 나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 기후의 일상화

    지난 4월 타임지 커버스에 경고 문구가 떴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Climate is everything”. 기후가 전부다. 부동산 섹션에도 관련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시에서 평화롭게 살던 한 가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들의 평화는 2017년 허리케인 ‘얼마’(Irma)가 덮치면서 깨졌다. 집은 홍수로 망가지고, 이웃은 하나둘 떠났다. 집값이 내려간 것은 당연한 일. 23만 달러를 넘던 주택 가격이 현재 19만 달러도 되지 않는다. NWS(National Weather Service)에 따르면 이 도시의 연간 홍수 일수는 1980년 대비 2020년에 750% 높아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땅집고] 2016~2020년 미국 내 기후 위험 요인에 따른 이주율 변화 추이. /레드핀

    2020년은 허리케인이 역사상 가장 활발한 해였다. 5년 연속 매년 기록을 경신 중이다. 허리케인으로 인한 홍수만 문제는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규모가 커지는 산불이 삶을 위협하고 있다. 수백만 에이커와 수천의 집과 건물이 파괴되고 있다. 온난화로 해수면(sea level)도 높아지고 있다. 매년 3.3㎜씩 오르고 있다. NASA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해수면이 거의 4인치나 높아졌다. 이제 이상 기후가 일상화되고 있다.

    ■가치 하락은 뻔한 결말

    이런 기후 변화와 재앙은 부동산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모두 부정적인 영향이다. 홍수 위험을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FSF(First street foundation)에 따르면 홍수로 인해 매년 약 200억 달러 규모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30년 안에 30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는 지난해 기상 이변으로 북아메리카에 총 1050억 달러의 보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는 2010년까지 해수면 상승에 의해 2억 명의 인구가 살던 곳을 떠나야 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속에 영영 잡긴 집의 가치는 제로다.

    콜로라도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높은 기후 위험의 해안가 주택 매매는 2013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인근 지역 주택은 다른 지역의 비교 가능 주택보다 7% 낮은 가격에 팔렸다. 미국인도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레드핀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기후 변화가 주택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주택 소유주의 35%는 기후 위험으로부터 주택을 지키기 위해 5000달러 이상을 소비했다. 응답자의 79%는 자연 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의 주택 매입을 꺼린다고 밝혔다.

    ■위험 지역에 매매가 끊이지 않는 이유

    [땅집고]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초강력 허리케인'하비'가 나흘간 1320㎜ 이상의 물 폭탄을 퍼부으면서 2017년 8월 29일(현지 시각) 휴스턴시 외곽에 있는 애딕스 저수지가 범람했다. /AP연합뉴스

    경제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미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값 하락, 대출 급감, 지역 세금 기반 약화 등이다.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주택 보유 비용을 높인다. 전기료 부담이 커지고, 물 사용이 늘어난다. 주택 보험료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모두 부정적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은 이런 재해 지역의 주택에도 적용된다. 기후 위험 지역의 부동산 거래는 생각보다 활발하다. 우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이주민이 줄지 않는다. 누군가는 와서 산다는 소리다. 오래되거나 부실한 주택을 구매해 리모델링을 거쳐 되파는 플리핑(Flipping) 거래도 많다. 그런 투자 목적의 거래도 활발하다. 2017년 허리케인 하비에 직격탄을 맞은 휴스턴도 부동산 전문가 걱정과 달리 오히려 몇 달 동안 부동산 매매가 급증했다. 부실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인수하려는 투자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늦추기 위한 투자는 내일이 아닌 바로 오늘 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산불과 가뭄 피해 지역을 둘러본 후 한 말이다. 부동산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기후 변화에 안전하게 자기 부동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발등의 불이다. 오늘부터 당장 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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