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23 09:29 | 수정 : 2021.09.23 11:14
[땅집고]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이 시행한 후 약 1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가 13% 넘게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새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 갱신이 강제화되고 임대료 인상률은 최대 5%로 제한되고 있지만, 신규 계약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전년 동기(10.66%)대비 상승폭이 되레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대비 올해 6월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 실거래가 지수가 13.44% 상승했다. 1년 전 같은 기간(2019년 7월~2020년 6월·10.66%))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15.23%)와 인천(14.41%) 상승률이 서울(11.1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실거래가 지수란 실제 계약이 체결된 후 확정일자 신고까지 마무리된 거래만 집계한 통계다. 올해 6월 통계가 가장 최신으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모두 포함한다.
지난 7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100대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임대차 3법 시행 전 1년 평균 57.2%에서 올해 5월 77.7%로 올랐다”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제고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전체 전세 거래의 77.7%에 대한 임대료 인상 폭이 5% 이내로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평균적인 전세 실거래가가 새 임대차법 시행 전보다 더 큰 폭으로 올랐다면, 홍 부총리의 주장과는 달리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성은 되레 악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세 매물은 점점 줄고, 전세보증금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총 3885가구 규모 대단지인데,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등록된 전세 매물이 단 21건 뿐이다. 이 아파트 59㎡는 지난 7월 9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해 7월 6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전세금이 2억3000만원 오른 셈이다. 현재 전세 호가는 최고 9억5000만원까지 올라 있다.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강화한 것도 전세난을 심화하는 요소로 꼽힌다. 원래는 1주택자가 주택을 10년 동안 보유하기만 해도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유 뿐 아니라 실거주까지 해야 동일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에 굳이 실거주하지 않아도 되는 집주인들이 입주하면서 전세 매물 감소 현상이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금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여지가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당장 전세금 인상을 피한 기존 세입자라도, 약 2년 후면 갱신 계약이 끝나면서 더 큰 전세금을 부담해게 될 것이란 얘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갱신 계약으로 2년의 추가 거주 기간을 보장받은 세입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몰리는 내년 8월부터 ‘2차 전세난’이 닥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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