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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가구 내팽개치고 수천억 이득" 수원아이파크시티 논란

    입력 : 2021.09.23 03:31

    [땅집고] 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아이파크시티'를 사기 분양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는 입주민들.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

    [땅집고] HDC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수원시에 지은 ‘수원아이파크시티’ 미개발 부지를 용도 변경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추가로 짓기로 하면서 ‘분양 사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부지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당초 입주자를 위한 공원과 상업·문화·업무시설 등을 짓겠다고 약속했다가 10년 넘게 방치했던 땅이다. 입주민들은 사실상 편의시설 건설비용까지 분양가에 포함해 이미 지불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제와서 그 땅에 아파트를 지어 이익을 올리겠다는 것은 분양 사기라며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오랫동안 빈 땅이었던 권선지구 유휴부지를 개발해 주거 환경을 양호하게 개선하기 위한 의도”란 입장을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는 수원 권선구 권선동 222-1일대 99만3000㎡에 아파트 등을 짓는 도시개발 사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이 부지를 2006년 7200억원에 매입해 국내 최초 ‘민간 주도 도시개발’ 방식으로 건설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직접 나서 “국내 도시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던 단지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굴지의 재벌 기업이 디벨로퍼 자존심을 버리고 3류 건설사의 길을 택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 인프라 갖춘 미니신도시라더니…10년째 아파트만 덩그러니

    [땅집고] HDC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수원아이파크시티'를 분양할 때 권선지구에 상업시설, 종교시설, 생태공원, 테마쇼핑몰, 학교, 파출소, 병원 등 도시기반시설을 함께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는 지난 6월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어 발전위원회는 올해 9월 수원시 상대로 행정심판도 제기했다. 발전위원회는 성명서에서 “권선지구 원안개발을 촉구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사업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수분양자와의 신의를 저버렸다”며 “부지 용도변경을 통해 수익만 추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발전위원회는 행정심판 결과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을 형사상 사기 분양(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009년 권선지구 분양 당시 이곳에 아파트 7000여가구와 상업·문화·업무·공원시설 등을 함께 지어 ‘미니 신도시’로 통개발하겠다고 광고했다. 이 부지에 ‘수원아이파크시티’ 아파트 1~9단지 총 6658가구를 비롯해 상업시설, 종교시설, 생태공원, 테마쇼핑몰, 학교, 파출소, 병원, 관공서 등 도시기반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분양 당시 홍보 전단에 ‘완성된 시티’, ‘미니신도시 프로젝트’ 등 문구를 기재하고, ‘판매시설·복합시설·공공도시기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광고했다. 정몽규 회장은 2009년 첫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아파트 단지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개념의 미니신도시를 선보이겠다”며 “‘수원아이파크시티’는 국내 도시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땅집고] HDC현대산업개발이 개발하겠다고 약속한 부지가 10년 넘게 공터로 방치돼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 제공

    ‘수원아이파크시티’는 1~9단지를 합해 총 7000여가구가 2017년 입주를 마쳤지만, 아파트를 제외한 권선지구 부지 대부분이 10년 넘도록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분양 당시 홍보했던 것과는 달리 지구단위계획상 조성하기로 했던 시설들을 개발하지 않고 있어서다. 상가와 업무시설은 물론이고 소방서, 파출소, 병원, 유치원, 사회복지시설, 동사무소 등이 들어선다고 알려졌던 부지들 모두 철제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줄기차게 항의해왔다. 입주민 A씨는 “10년 전 이 아파트 분양가가 3.3㎡(1평)당 1280만원 정도로 비쌌지만 일대가 미니신도시로 개발된다는 약속을 믿고 분양받았다”며 “당시 분양가가 더 저렴했던 광교신도시는 현재 인프라가 완성돼 수원 최고가 아파트가 됐는데, 권선지구는 아직도 허허벌판”이라고 말했다.

    ■ 미개발 부지에 또 아파트 짓겠다니…입주민들 “베드타운 결사반대”

    [땅집고] 올해 6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원시로부터 최종 인가받은 도시관리계획 변경안 주요 내용. 미개발 부지를 활용해 주택사업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

    HDC현대산업개발이 권선지구 미개발 부지에 직접 아파트를 짓거나 주택사업용지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자 입주민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4월 권선지구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수원시에 제출, 올 6월 18일 최종 변경 인가를 받았다. 변경안에는 ▲문화·판매·의료시설 등 용도였던 상업용지(D1)에 ‘공동주택’ 용도 추가 ▲1~2종근린생활시설·교육연구·운동·업무시설 용도였던 판매시설용지(F1·F2)에 ‘오피스텔’ 용도 추가 ▲아파트용지(C8) 층수 및 높이 제한 완화 등이 포함됐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약속을 어긴 것을 넘어 분양 자체가 ‘사기’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권선지구 미개발부지에 아파트·오피스텔 등 주택을 짓는다면 현재 10년 전보다 급격히 오른 아파트값을 생각할 때 수천억원 대 이득을 올릴 수 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약속했던 편의시설을 짓지 않은 이유가 이렇게 주민들을 속이고 매각하려고 했다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먹튀’를 넘어 사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땅집고] 수원아이파크시티 입주민들은 지난 6월 사기분양 혐의로 HDC현대산업개발을 집단 고발하고, 수원시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수원아이파크시티 발전위원회

    HDC현대산업개발은 권선지구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한 데 대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당시 부동산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아파트 외 개발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권선지구를 양호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계획안을 변경해 유휴부지 개발을 촉진 중인 것”이라며 “현재 소송 진행 중인 상황이라 정확한 입장 표명은 어렵다”고 말했다.

    HDC 현대산업개발의 용도 변경이 수원시의 용인 하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수원시에 대한 분노도 높다. 현대산업개발은 개발이익금으로 수원시에 275억원 상당 학교복합화시설(권선동 1339번지)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용도변경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행정심판을 앞둔 수원시는 “건설사의 역할은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 것이라, 지자체에서 주변 인프라 개발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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