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22 04:10
[땅집고] 당신이 유럽의 오래된 성(城)의 성주가 될 수 있다면? 비현실적인 일인 것 같지만, 현 정부 들어 몰아친 집값 광풍 덕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게 됐다. 수도권 84㎡ 아파트 한 채 가격이 프랑스의 성 한 채 보다 비싸지면서, 아파트 한 채를 팔아 프랑스 성을 매수하는 것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고성을 ‘샤토(château·고성)’라고 한다. 유럽에선 샤토가 부동산중개회사를 통해 거래된다. 최근 고급 부동산 전문 회사 ‘맨션 글로벌’(Mansion Global)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부동산 중개업체 르네일(Le Nail)에서 거래된 샤토의 금액대는 30만~120만 유로(한화로 약 4억원~17억원) 수준이다. 프랑스에는 4만3000채가량의 샤토가 있으며, 매년 약 800채가 시장에 나온다.
1924년부터 건축물 판매에 나서온 파리 전통 부동산 기업 파트리스 베세(Patrice Besse)의 매출액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40% 뛰었다. 올해 매출은 1년 만에 두 배 증가했다. 파트리스 베세(Patrice Besse) 그룹은 “펜데믹 사태로 인해 샤토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이 중 15%는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파트리스 베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샤토는 80만 유로에서 120만 유로 수준이다. 프랑스 전역을 대상으로 연면적 45만㎡ 수준의 중세시대 샤토 부지를 판다. 이는 일반 축구장(8250㎡)의 54배에 달하는 규모다. 10개 이상의 방이 있는 성과 별채, 들판, 호수, 마구간 등을 끼고 있다. 한화로 약 11억원~16억5000만원 선으로, 우리나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수준과 비슷하다
예컨대 집값 상승의 소외지로 불렸던 경기도 의왕시 인덕원 전용 84㎡형은 최근 GTX-C 호재를 업고 16억원을 넘어섰다.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는 지난 6월 16억 3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되며 1년4개월 만에 6억원 뛰었다.
수도권 외곽지 중 하나인 경기도 시흥시 아파트도 지하철 노선 연장 호재 흐름을 타고 10억원을 돌파했다. 시흥시 정왕동 ‘시흥배곧C1호반 써밋플레이스’와 ‘시흥배곧C2호반 써밋플레이스’는 각각 7월과 6월 매매가격 10억원을 찍었다.
그렇다고 프랑스 집값이 저렴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보험사인 CIA Landlord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프랑스 파리의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53만4227파운드(약 9억원), 1㎡당 1만1092 파운드(약 1893만원)에 달했다. 1평(3.3㎡) 기준으로 6200만원 정도로 서울보다 비싸다. 파리의 집값은 유럽 전체에서 가장 높은 집값으로 악명 높다.
반면, 샤토는 프랑스의 일반 아파트보다도 저렴하다. 프랑스에서 여섯 번째로 큰 북서부 도시 낭트(Nantes) 지역의 15개 방이 딸린 17세기 샤토는 1㎡당 2853유로, 총 170만 유로(약 23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샤토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지만, 이는 프랑스 시내 아파트의 평균 1㎡당 매매가인 3691유로보다도 800유로(약 110만원)가 싸다. 프랑스에는 그만큼 보존돼 있는 고성이 많아 공급이 많은 영향도 있다.
이에 반해 유럽 다른 나라들의 고성 가격은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고성은 700만 유로~2000만 유로(약 97억원~276억원) 수준이다. 스코틀랜드 고성의 매매가는 낮게는 22만5000파운드(약 3억원)에서 높게는 800만 파운드(약 129억원)까지도 올라간다. SCMP는 “유럽 고성의 가격은 위치·면적·건물 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성을 수리하는 데만 수억 원 이상이 든다”고 덧붙였다. /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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