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20 07:15
[땅집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차에서 잠을 자며 캠핑을 즐기는 이른바 ‘차박’이 여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자리를 잡고 음식을 해먹으며 ‘차박’을 즐기는 입주민들의 행태가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저런 행동을 하느냐”고 항의하고 있지만, 아파트 자체 규약 외에는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차박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파트 단지 지상 주차장에서 야영을 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며 논란이 됐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캠핑을) 했다”며 “비가 온다고 해서 친구랑 김치부침개에 막걸리를 싸 들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A씨가 함께 공개한 사진 속에는 휴대용 가스버너로 김치전을 부치는 모습과 각종 안주류가 간이 식탁 위에 펼쳐진 모습 등이 담겼다.
작성자를 부러워하는 누리꾼도 있었지만 작성자를 향한 비판 여론이 우세하다. 한 네티즌은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므로 주차장은 개인 소유가 아니다”라며 “더군다나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취사가 금지돼 있는데 주차장을 마당처럼 쓰고 싶으면 단독 주택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초대형 화재 사고가 난 사례가 있어 A씨의 차박은 더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11 천안 불당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장 세차 차량이 폭발해, 주차돼 있던 차량 666대가 불에 타고 세차 업체 직원이 중상을 입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A를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노상 주차장에서 교통에 방해되는 행위를 하거나 물건을 둔 경우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아파트 주차장은 입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어 사유지로 규정한다. 도로교통법이 규정한 도로가 아니다. 도로교통법에서 도로란 ▲도로법에 따른 도로(차도·보도·자전거도로·육교 등) ▲통행료 또는 사용료를 받는 도로 ▲농어촌도로 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를 의미한다.
‘일반교통방해죄’로도 작성자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려면 작성자가 육로나 수로 등을 망가뜨리는 등의 행위로 교통을 방해해야 한다. 즉 아파트 단지 주차장이 육로로 인정돼야 하는데 육로의 정의가 ‘공중의 왕래에 이용되는 육상 통로’인 것을 고려하면 단지 내 주차장을 육로라고 하기에 모호하다.
결국 아파트 주차장 내 ‘차박’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단지 내 규약을 통해 자체적으로 계도할 수 밖에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대부분의 아파트는 주차장 취사 등 위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자체 규약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탓에 규약을 강제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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