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17 07:22 | 수정 : 2021.09.17 09:36
[땅집고]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일대에 들어서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이하 수소 발전소)를 놓고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수소 발전소가 안전하다고 평가하지만, 폭발하기 쉬운 수소를 사용한다는 점만으로도 주민들은 혐오 시설로 본다. 앞으로 수소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수소 발전소 건립 과정에서 주민 의견 청취 제도가 없어 똑같은 문제가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서울 강동구 등에 따르면 강동구에는 2014년과 2020년 이후 수소 발전소 2기(각각 발전용량 20MW)가 운용 중이며, 올해 6월 세번째 수소 발전소(20 MW)가 착공했다. 이 발전소는 서울교통공사 차량기지(아리수로 87길 32) 내에 2022년 7월 준공 예정이다. 현재 계획 중인 암사연료전지(4기) 발전소도 정부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 주민들은 이미 수소 발전소가 2기가 운영 중인 사실도, 세번째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도 전혀 모르다가 3기 착공식을 통해 뒤늦게 알게돼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정훈 강동구 유해발전소반대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 위원장은 “지역 주민 동의 없이 무작위로 짓는 수소 발전소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소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며,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 방식이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얻을 수 밖에 없어 완전한 친환경은 아니다. 이 때문에 ‘그레이 수소’라고 불린다. 강동구에 들어서는 수소 발전소는 천연가스(LNG)에서 분리한 수소를 재료로 수소 연료전지를 만든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도심에 소규모로 설치해도 활용하기 좋아 도심 곳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발전소가 추진 중이다.
학계에서는 수소 발전소가 제대로 관리만 하면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설용건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수소 연료전지 자체의 안전성은 상당히 입증됐다”면서도 “다만 수소는 작은 불씨만으로도 산소와 직접 결합하며 폭발하는 성질이 있고, 수소 발전소에서는 아니지만 수소 가스 폭발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큼 안전 규제 강화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혐오시설인 수소 발전소가 사전 동의 없이 들어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고덕동의 한 주민은 “현재 운영 중인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100m 옆에 아파트가 신축 중이고 반경 1km이내에 초·중·고를 비롯해 주택가가 밀집해 있다”고 반발했다. 고덕동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강동구청에 발전소 건설 취소를 요청하며 탄원서 2만여 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구에 들어서는 수소 발전소는 건설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 강동구 에너지관리팀장은 “사업인허가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에게 3기 발전소 건설 취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추후 민관협의체를 만드는 등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발전용량 100MW이하 연료전지 시설은 환경영향평가나 공청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전국에 100MW 이상 수소 발전소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세계적으로도 대규모(80MW)로 평가받는 수소 발전소가 2024년 경기 화성시 양감면에 들어서는데, 현행 법상 이같은 대규모 발전소도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지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향후 수소 발전소 건립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발전소 건설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수소 발전소는 서울 상계·상암동, 경기 화성 등 전국 각지에 다양한 규모로 설치돼 운영 중이다. 서울 시내에는2009년 준공한 노원구 상계동 수소 발전소와 상암 노을그린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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