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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제' 무턱대고 뜯어고치겠다는 정부가 간과하는 것

  •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 2021.09.17 04:01

    [땅집고] 2019년 9월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로 소공원에서 미래도시시민연대 회원들이 '분양가 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총궐기 대회'를 열고 있다. /장련성 기자

    [땅집고] 최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업계와 가진 간담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취지는 분양 당시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85~90% 수준에서 분양하면 3년 뒤 입주할 때에는 주변 시세와 같아질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지금은 3년 지나면 주변 시세와 거의 2배 수준까지 차이 난다고 해서 이른바 ‘로또 분양’이 됐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시작한 것은 1977년부터다. 올해로 45년째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분양가 상한제를 건설업계와 회의 한번 했다고 갑자기 완화하는 것은 너무 성급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개선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어떻게 하면 더 질 좋고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고민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요즘엔 새 아파트 입주 후 건설사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소위 ‘구경하는 집’에 가서 도배, 싱크대 등을 전부 입주자가 다시 하는 경우가 많다. 고급 아파트의 경우 LG지인, 한샘, 리바트 등 국내 인테리어 업체가 최고급 인테리어 시공을 거실·부엌·화장실 등 패키지로 묶어서 공급한다. 결국 고급 인테리어를 갖춘 아파트 내부를 준공하자마자 바로 더 고급 인테리어로 뜯어고치면서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소비자는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불필요한 낭비만 줄여도 분양가를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간 건설업체가 아닌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는 공공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발코니 확장 외 기타 옵션을 추가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소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서민을 위한 매입임대나 공공임대 주택에는 이런 비용을 단체로 하게 되면 비용이 절감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소비자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그런 비용이 어떻게 절감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

    [땅집고]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있는 주상복합 빌딩'트럼프타워'. /트럼프 재단

    필자는 오래 전 미국 뉴욕 맨해튼 UN본부 길너편에 지은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인 트럼프타워 스위트룸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공용 부분은 최고급 자재로 화려하게 마감했지만 각 세대 내부는 시멘트 바닥에 아주 기초적인 공사만 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세대 내부 인테리어는 입주자 개인이 알아서 다시 한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유럽 등 대부분 선진국이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다. 6·25전쟁 이후 급속히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주택이 모자라 1기 신도시를 벽식구조 아파트로 급하게 건설하는 바람에 리모델링, 재건축, 층간 소음, 설비 교체 등 수많은 문제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선진화된 주택문화가 도입된 이 시점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개선도 필요하지만 조금 더 아파트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국토부는 지난 7월 발간한 ‘2021년 주택업무편람’에서 분양가 상한제 추진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주택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주택가격 급등, 투기가 성행해 무주택 서민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음. 신규 주택의 고분양가 논란과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 등에 따른 주택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분양가 상한제 추진 배경에 나와 있듯이 무주택 서민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도록 더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국토부 장관이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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