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9.16 03:55
[땅집고] “옆집이 복도를 개인 창고처럼 쓰고 있습니다. 복도에 선반을 설치해 짐을 쌓아놓는데 그치지 않고, 음식까지 말립니다. 더럽고 냄새가 납니다. 이게 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제 탓이죠? 속이 부글부글 끓네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임대주택에 입주한 A씨는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옆집 이웃 B씨가 입주민들이 공용으로 쓰는 복도를 마치 전용 공간처럼 쓰면서 아파트 미관을 심하게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복도에 4층짜리 선반을 놓은 뒤 온갖 짐을 천장까지 꽉꽉 채우고, 분리수거 쓰레기를 줄줄이 늘어놓으며, 항상 빨래건조대를 쫙 펼쳐놓는 등이다. 심지어 B씨가 복도 바닥에서 곡물이나 젖은 야채 등을 말리면서 위생상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
A씨는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어느 날은 수도계량함 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닫으려고 가보니, 이 공간에까지 짐을 넣어 개인 캐비닛처럼 쓰고 있더라”며 “국민임대주택에 올해 2월 처음 입주해 7개월째 살고 있는데, 외관상으로는 깔끔하게 지어진 아파트 같지만 주변 이웃들이 너무 덜떨어져서 2년만 채우고 나가는게 최선의 선택인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 글을 올렸다.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복도는 공용구역이지 개인 공간이 아닌데 매너가 너무 없다”, “이런 사람들이 임대주택 이미지를 다 망치고 있다, 당장 관리실에 연락하라”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임대아파트는 전용 39㎡ 주택인데, 거동이 불편해 전동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입주민들을 고려해 다른 단지들 대비 복도와 출입구가 비교적 널찍하게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B씨가 이 점을 이용해 복도에 개인 짐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B씨 같은 이웃주민을 만나 갈등을 겪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 이들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현행법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 복도나 계단에 개인 물품을 보관하면 신고 대상이다. 화재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복도·계단이 피난로 역할을 하는데, 적치물이 있으면 제때 대피하지 못하면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10조(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에 따르면 계단·복도·출입구에 ▲물건 적치 혹은 장애물을 설치하거나 ▲방범철책(문) 등을 설치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신고포상제도 실시 중이다. 포상금은 지자체별 조례로 정하는데, 서울시의 경우 ▲최초 신고시 현금 또는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5만원 ▲같은 사람이 2회 이상 신고시 5만원 상당 포상물품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사람의 신고에 대한 포상금은 월 20만원, 연 2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예외도 있다. 적재물이 상시보관이 아닌 일시보관 물품으로, 즉시 이동이 가능한 단순 일상생활용품일 때다. 또 물품을 일렬로 정비해 복도에 두 사람 이상이 피난 가능한 공간을 확보했다면 위법이 아니다. 복도 끝 세대의 경우 막힌 복도 쪽에 피난 및 소방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물건을 보관했다면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파트 복도 적재물과 관련한 소방법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이런 예외 조항 때문에 이웃과의 갈등을 법을 통해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A씨는 B씨를 소방법 위반으로 신고했으나, 지역소방서 측은 현장 방문 결과 B씨가 소방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B씨가 복도 끝 부분 위주로 물건을 쌓아뒀기 때문에 복도나 계단 통행을 완전히 막은 것은 아니며, 소방기구가 위치한 곳에 물건을 둔 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신 소방서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에 B씨가 짐을 치우도록 권고하라고 통보했다. B씨는 권고를 받은 직후 적재물을 치우긴 했으나, 약 2개월 만인 이달 다시 복도를 개인 창고처럼 사유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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