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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달 새 30% 폭등?…엉망진창 통계에 놀아난 대책

    입력 : 2021.08.26 02:47

    [땅집고] 한국부동산원이 통계 표본 설계를 바꾸면서 서울지역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매매가와 전세금이 모두 30%가량 치솟았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당동 일대 연립주택 밀집지역. /장귀용 기자

    [땅집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결정할 때 기본적인 통계로 사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이 지금까지 엉터리 통계를 생산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쏟아낸 대책과 정책, 규제가 엉터리 통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주택시장에선 현 정부가 지난 4년간 황당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 국민들을 궁지에 몰아 넣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일부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표본 재설계하자 빌라 가격 30%, 아파트값 20% 급등

    24일 한국부동원이 발표한 올해 7월 서울의 연립·다세대(이하 빌라) 평균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28.1%가 오른 3억4629만원을 기록했다. 전국 단위로는 평균 매매가 2억214만원으로 16%가 올랐다. 난데없이 전세금도 치솟았다. 서울 빌라 7월 평균 전세금은 전달 대비 31.5%가 오른 2억43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강북 도심권은 3억4642만원으로 56.9%, 강남권은 3억5486만원으로 42.1%나 급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연립·다세대주택 가격이 한달 만에 일제히 폭등한 이유가 ‘표본 재설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연립·다세대주택 가격 통계를 위해 표본 6350가구의 집값을 조사해 평균을 내는데, 이 표본 추출 방식이 달라져 집값이 뛰었다는 것.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규모와 건축 연한만 따져 표본을 집계했는데, 이번에 표본설계를 다시하면서 가격대별 분포(가액분포)까지 포함하니 변동률이 높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일은 앞서 아파트 가격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원으로 전달(9억2813만원) 대비 19.5% 상승했다. 당시 한국부동산원은 “그동안은 월간 조사 아파트 표본이 1만7190가구였는데, 민간기관 통계 대비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표본을 3만5000가구로 확대하면서 평균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부동산원이 지금까지 잘못된 방식으로 통계를 만들어 오다가 언론과 외부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 정상적으로 수정했더니 갑자기 집값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 전국 220만 중 표본은 6350가구에 불과…선정 방식도 비공개

    지금까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는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나왔다. 애초에 표본 수가 너무 작고, 표본 추출 방식이나 주체, 조사 방법조차 비공개하고 있어서다. 전국 2131만가구에 비해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의 표본 수는 4만6170가구에 불과하다. 연립·다세대주택은 전체 220만 가구 중 6350가구를 기준으로 발표한다.

    이소영 빅밸류 부동산빅데이터 연구소 팀장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추출방식을 보면, 우선 모집단 대비 적은 표본으로 정밀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표본을 선정하는 방식과 결과도 모두 비공개(블라인드)돼 있어 정밀성을 어떻게 높였는지, 통계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외부 검증조차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신뢰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과 규제를 만들어 왔다.

    통계 전문가인 민간 가격조사업체 관계자 A씨는 “KB부동산 시세의 경우 전국에 위치한 수만 단위 공인중개업소에서 실시간으로 거래 정보가 등록돼 이를 기반으로 시세를 산출한다”면서 “반면 한국부동산원의 경우 조사자의 이름이나 조사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고, 기관의 이름만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통계학자들로부터 신뢰 확보와 비대칭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

    ■ ‘공시가격 이의신청 무마하려고 시세 조작’ 의혹도

    더 큰 문제는 부동산원의 입맛에 따라 통계를 왜곡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감정평가업계에서는 최근 통계 변화로 인한 가격 상승이 공시가 급등에 따른 조세 저항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이 나온다. 정부가 올해 공시가격을 급등하면서 많은 납세자들은 집값 상승률이 낮게 측정됐던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근거로 이의 제기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세금을 늘려왔던 현 정부가 정부의 공식 통계를 기반으로 납세자들이 반발하자, 가격을 올려 대응한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올해 정부가 공시가격을 발표한 후 이의신청이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이의신청을 접수하는 공동주택은 총 4만9600여건이 접수됐고, 지자체 별로 공시되는 개별주택 공시가격도 역대 최대 건수의 이의신청이 접수된 곳이 많았다. 특히 공시가격이 평균 70% 오른 세종시에선 의견 접수가 지난해 대비 15배 정도 늘었다.

    감정평가학회 회장인 정수연 제주대학교 교수는 “정부는 집값이 안정적이라고 주장할 때는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통계를 제시하고, 올해 공시가격 발표 후 이의신청이 쏟아지자 집값 상승률을 높여 발표하고 있으니 입맛대로 통계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통계의 정확성을 올리기 위해 표본 재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비싼 곳의 표본이 늘어나 가격이 올라 간처럼 보일 뿐, 평균 가격이 내려간 곳들도 있다”면서 “이전 통계도 공인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아니다. 통계를 내는 과정에서 별다른 의도가 개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국부동산원이 통계를 기반으로 한 정책과 규제가 쏟아져 나와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상황이어서, 정권이 바뀌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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