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8.02 07:33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팬더믹으로 주목받는 아파트 단기임대 사업

[땅집고] 요즘 자주 듣는 말 가운데 유연한 주거 형태(Flexible living)와 기술지원 다세대 하우징(Tech enabled multifamily housing)이 있다. 어려운 말은 아닌데 다소 생소하다. 모두 팬더믹으로 주목받는 트렌드다. 코로나19가 주거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다. 팬더믹으로 중장기 시장 예측은 어느 때보다 쉽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은 바로 유연성. 주거도 마찬가지다. 재택 근무와 오피스 복귀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상황에서 주거지 결정이 쉽지 않다. 그래서 뜨는 사업이 단기임대 아파트. 흔히 ‘아파트 호텔’이라고 부른다. 임차인이나 고객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년까지 아파트를 임대하는 것이다. 필요에 맞게,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거지를 임대하는 것이 장점이다.
■단기임대 수요, 회복에서 확장으로

산업 데이터 분석 회사인 에어디엔에이(AirDNA)에 따르면 올 5월 단기 임대 수요는 팬더믹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17.4% 늘었다. 단기 임대 점유율도 63.7%로 상승했다. 이는 2019년 5월보다 11%포인트 높은 것. 이를 근거로 에어디엔에이는 단기 임대 산업이 ‘회복’에서 ‘확장’ 단계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특히 팬더믹으로 대도시 다운타운을 떠난 직장인들이 아파트 단기 임대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8개국에서 약 1만 3000가구를 운영하는 대표적 아파트 단기임대 회사인 손더(Sonder)도 확장 단계에 들어섰다. 올 1분기 매출은 316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상승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손더의 회사 가치는 22억 달러로 예상된다. 올해 운영 아파트를 6000가구 추가할 예정이다.
■위기가 기회로, 투자금 늘어

팬더믹 특수를 맞았지만 아파트 단기 임대가 하루 이틀된 사업은 아니다. 2018~2019년에도 투자가 몰렸었다. 하지만 팬더믹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단기 임대 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장기 호텔 투숙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리릭(Lyric)과 스테이 알프레드(Stay Alfred) 등 몇몇 회사는 위기를 넘지 못하고 지난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였다. 팬더믹으로 직장인들이 대도심을 빠져나오면서 단기 임대 수요가 크게 늘었다. 그리고 투자 물꼬가 트였다.
센트럴(Sentral)이 대표적이다. LA, 시애틀 등지에 약 3000개 단기 임대 아파트를 운영하는 이 회사는 최근 대규모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의 큰 손은 아이코닉 캐피탈(Iconiq capital). 약 5억 달러를 투자했다. 아이코닉이 직접 아파트를 소유하고, 센트럴이 이를 단기 임대로 운영하는 구조다. 아이코닉은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투자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센트럴은 현재 약 62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와 기술지원 다세대 하우징, 기타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한국에선 풀옵션이라고 말하는 모든 가구와 가전이 비치된 퍼니시드(Furnished)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를 모두 제공한다. 임차인이 임대한 아파트를 출장 등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단기로 타인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센트럴은 이를 통해 임대료의 약 25%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 내 운영 아파트 내에서는 도시 간 이동도 가능하다. 렌딩(Landing)과 커먼(Common)이라는 회사도 이런 도시 간 이주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장 동력은 수익 분배 계약

팬더믹은 주거 단기 임대 사업자들의 가장 중요한 사업 방식도 바꿔놨다. 보통 이 회사들은 아파트 소유주들과 적게는 몇몇 세대, 많게는 건물 전체를 5~7년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유닛을 확보했다. 하지만 시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수익 분배(Revenue sharing)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 이 방식은 임대 계약을 바탕으로 고정 렌트비를 내는 대신 아파트 소유주에게 임대 수익의 일정 부분을 나눠주는 것이다. 현재 약 25개 도시에 1500개 유닛을 운영하는 벡터 트레블(Vector travel)은 건물 소유주들에게 유닛당 수익의 75%를 준다. 민트 하우스(Mint house)도 지난해 4개 아파트 200가구를 이 방식으로 확보했다. 민트 하우스는 이 계약 방식이 아파트 소유주에게도 2~3배 높은 순운영수익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했다. 손더도 앞으로 3~5년간 수익 분배 계약으로 운영 세대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려의 시선
주거 단기 임대 사업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단기와 장기 임대를 혼용해 운영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아파트 관리회사들은 비용이 큰 단기 임대를 꺼려왔다. 그래서 팬더믹 이후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면 단기 임대 수요가 줄면서 이 사업 자체가 힘을 잃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분명 호텔 고객과 아파트 임차인까지 한 번에 끌어안을 수 있는 아파트 단기 임대 사업은 매력이 크다. IT 기술로 비용을 좀 더 낮추는 것이 가능해지면, 아파트와 호텔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 사업에 투자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