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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전세금 8억, 아랫집 3.9억…'이중 가격'에 쑥대밭

    입력 : 2021.08.01 14:01 | 수정 : 2021.08.01 22:33


    [땅집고] 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전·월세 상한제(5%룰)를 담은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극심한 ‘전세 이중 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전·월세 상한제(5%룰)을 적용받는 갱신 계약과 적용받지 않는 신규 계약의 전셋값 사이에 많게는 2배 가까이 전세금 격차가 생기는 사례가 흔하다. 이에 따라 특히 신규 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신혼부부와 사회 초년생들이 전세금 급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동구 ‘래미안명일역솔베뉴’ 전용면적 59㎡(20층)가 지난 17일 전세 8억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이틀 후 같은 평형 11층 전셋집이 3억8850만원에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 한 단지 같은 주택형 아파트 전세금이 2배 넘게 차이 나는 것. 업계에서는 이 아파트 3억원대 전세는 계약갱신 청구권 행사로 임대료 인상 폭이 5%로 제한된 아파트이며, 8억원대 전세는 이 같은 제한이 없는 신규 계약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주택 임대차 보호법 시행 1년이 지나면서 서울 전역에서는 이같이 전세 시장에 ‘이중 가격’이 형성된 사례가 흔하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84㎡의 전세 최저값(6억8775만원)과 최고값(12억5000만원)은 6억원 가까이 차이 난다. 임대차법 개정 1년여만에 기존 아파트 전세금이 6억원 가까이 급등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땅집고]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전세 이중가격 사례./조선일보

    전세 이중 가격의 피해는 신혼부부나 새내기 직장인 등 새롭게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집중된다. 정부와 여당은 ‘세입자 주거 안정’이란 명분으로 임대차법을 개정했지만 주거 취약 계층에서 오히려 정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인위적인 가격 통제가 시장을 왜곡시켜 결국 세입자 주거 안정을 해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차보호법 1년만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도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분석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269건으로 1년 전(3만8873건)에 비해 48% 줄었다. 새 전세를 구하기보다 계약 연장을 택하는 세입자들이 급증하면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그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KB국민은행 기준)은 1년 전 4억9922만원에서 6억3483만원으로 28.6% 급등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임대차법 개정 전부터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세입자의 거주 안정이 최우선’이라며 임대차법 의결 및 시행 절차를 단 사흘 만에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그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전세 시장 불안이 지속되자 결국 여권(與圈)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신규 계약 임대료 규제나 표준 임대료 등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계약 임대료까지 통제하면 전세 공급이 더욱 위축되면서 되돌릴 수 없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집주인이 관리비 명목으로 거액의 웃돈을 요구하거나, 실제 계약은 비싸게 하고 신고 금액은 낮게 하는 이면계약이 성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임대료 규제가 심한 유럽 국가에서는 임대주택을 구하기 위해 수백 명의 세입자가 경쟁하거나, 이면계약을 하는 사례가 흔하다”며 “우리나라도 임대차 규제가 더 심해지면 비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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