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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의 1000%…청담래미안 126억에 낙찰된 사연

    입력 : 2021.05.31 07:10 | 수정 : 2021.05.31 07:43

    [땅집고] 이달 12일 감정가 12억6000만원에 나온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래미안' 129㎡ 아파트가 126억원에 낙찰돼 낙찰가율 1000%를 기록했다. /두인경매 캡쳐

    [땅집고] 지난 12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청담래미안’ 아파트 전용면적 129㎡가 법원 경매에서 무려 126억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그것도 100% 지분이 아닌 70% 지분만 경매에 나온 것이다. 최저 입찰가인 감정가 12억6000만원의 10배다. 이 주택형 최근 실거래가인 17억9000만원(2019년 8월)보다 7배 정도 높다. 낙찰자는 법인이었고, 차순위 입찰가는 약 13억2355만원이었다.

    ‘청담래미안’ 아파트는 지하철 7호선과 수인분당선 환승역인 강남구청역 4번 출구와 붙어있다. 청담동은 작년 6월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목적으로만 집을 살 수 있는데, 경매로 아파트를 취득하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자금출처 소명도 필요없다. 인기 있는 경매 물건인 것은 맞지만 낙찰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정상적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땅집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래미안' 아파트. /네이버 부동산

    전문가들은 “낙찰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낙찰자가 입찰 금액을 적을 때 실수로 숫자 ‘0’을 하나 더 기재하는 바람에 최저매각가인 12억6000만원 대신 126억원을 써낸 것 같다는 설명이다. 김세웅 압구정케빈부동산 대표는 “이번 ‘청담래미안’ 낙찰 사고의 경우 개인이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세운 1인 법인이 경매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파트 지분을 경매로 싸게 낙찰 받아 차익을 노리거나, 추후 공유권자와 협의해 나머지 지분을 매수해서 온전한 주택을 가지려는 투자를 시도했다가 실수를 한 것 같다”고 했다.

    법원은 최고가 매수신고인이 결정되면 일주일 동안 이해관계인 의견을 들은 후 매각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경매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면 법원 직권으로 매각을 불허할 수 있다. 과거에는 ‘0’을 하나 더 붙인 낙찰자의 입찰표 오기입 때문에 매각 불허 결정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2010년 대법원이 “최고가 매수신고인의 착오로 자신이 본래 기재하려고 한 입찰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기재했다는 이유로는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입찰가 오기입을 배려한 매각 불허 결정은 사라졌다.

    실제 법원은 지난 18일 매각 허가 결정을 내렸고 ‘청담래미안’ 낙찰자는 오는 6월 24일까지 낙찰대금을 내야 한다. 만약 잔금을 치르지 않으면 입찰 당시 냈던 보증금 1억2600만원은 날리게 된다. 법원이 몰취한 보증금은 채권자에게 배당한다. 즉 낙찰자는 ‘청담래미안’ 129㎡를 126억원에 매수하거나, 채무자 빚 1억2600만원을 대신 갚아주는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낙찰자가 잔금을 치르는 대신 입찰보증금 몰취를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땅집고] 부동산 경매 입찰표 양식.

    전문가들은 입찰가에 ‘0’을 더 써서 내는 실수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세웅 압구정케빈부동산 대표는 “경매 현장에서 입찰가를 제출할 때 손으로 써야 하는데, 입찰 시간이 보통 1시간~1시간 30분 정도로 여유있는데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입찰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법원 홈페이지에서 입찰기입표 양식을 내려받을 수 있으니 이 서류를 참고하고, 입찰 전 금액을 여러번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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