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5.30 03:55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겨울나기 중인 호텔 산업, 날씨 조금씩 풀리나

[땅집고] 얼마 전 간만에 가족 여행을 준비하며 적잖이 당황했다. 우선 여행지에 렌터카가 없어 놀랐고, 생각보다 많이 비싼 호텔 숙박료에 여행을 접을까 고민했다. 이제 팬더믹은 옛말인가. 분명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집콕만 하던 미국인들이 여행을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 가장 기대되는 부동산은? 바로 코로나 최대 피해자인 호텔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호텔 객실 점유율과 수익률 회복 중

미국에 코로나가 덮치기 전인 지난해 2월 호텔 객실 점유율은 60%를 웃돌았다. 지난해 4월 팬더믹이 본격화되면서 이 수치는 22.2%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곤 지난해 내내 수많은 호텔이 문을 닫으며 공급이 줄었음에도 점유율 50%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이후 오름세를 타더니 올 5월 중순 59.1%로 회복했다. 여전히 2019년 동기 대비 16.4%포인트 낮지만, 갈수록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호텔 정보 제공업체인 STR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호텔 이용 가능 객실당 수익(RevPAR)은 67.05달러로 전년 대비 200% 넘게 올랐다.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다. 하지만 2019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29.2%나 낮다. 이제 6월부터 여름 방학시즌이 도래하고, 백신 접종자가 늘면서 호텔 산업 회복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업용 부동산 정보업체인 코스타(Costar)는 올해는 2020년과 비교해 객실점유율이 28.1%, RevPAR은 36.2% 각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문 닫은 호텔 많아

하지만 아직 회복을 말하기는 이르다. 여전히 문을 닫은 호텔이 많기 때문이다. 이 호텔들이 서서히 문을 열기 시작하면, 공급이 늘어 전체 공실률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특히 팬더믹 피해가 큰 뉴욕은 문을 닫은 호텔들이 많다. STR에 따르면 올 5월 기준으로 3만6830개 객실의 115개 호텔이 문을 닫고 있다. 팬더믹 기간에 6곳의 호텔은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다. 뉴욕에서 가장 큰 호텔인 뉴욕 힐튼(1900개 객실)도 영업 재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올 5월 초 뉴욕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53.8%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보다 소폭 오른 것이지만, 미국 평균 57.1%보다 낮다. 특히 2019년 같은 기간 점유율 89.8%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성적이다. 많은 호텔이 선뜻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뉴욕시는 올해 3700만 명 이하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9년의 5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뉴욕 호텔 산업도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신규 호텔도 잇따라 그랜드 오픈 계획을 세우고 있다. STR에 따르면 올해 1만3000개 객실을 가진 78개 호텔이 문을 열 계획이다.
■관광지 중심으로 호텔 실적 개선
뉴욕 같은 대도시보다 관광지 중심으로 호텔 회복세가 거세다. 아직 비즈니스 여행객이 적어 의외로 럭셔리 호텔 회복이 빠른 이유이기도 하다. 관광객이 몰리는 플로리다 탬파의 경우 지난 5월 9~15일 객실 점유율이 72.1%를 기록하면서 톱 25개 호텔 시장 중 유일하게 2019년 객실 점유율을 4.8% 넘어섰다.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2019년 대비 49.1% 급감한 43.9%를 기록했다.

하와이 호텔 시장도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4월 객실 점유율이 49%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2%나 높아졌다. 여전히 일본 등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회복에 한계가 있지만, 5월부터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면 10일 자가격리가 면제되면서 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력 수급이 복병
호텔 산업 회복에 복병이 있다. 바로 인력 수급이다. 더 많은 객실에 손님을 받고 싶어도 직원이 없어 그러지 못하는 호텔이 많다. 지난해 대규모 해고 이후 많은 인력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한 명의 직원이 체크인과 호텔 청소를 도맡아 처리하는 곳이 늘고 있다. 호텔 매니지먼트 회사인 레밍턴 호텔은 현재 78개 호텔에 걸쳐 500명의 추가 인력을 고용 중이다. 하지만 자리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예전보다 더 높은 임금과 보너스, 유연한 근무 스케줄 등을 제시해도 호텔 직원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지원해 놓고 인터뷰에 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호텔 시장이 회복하면서, 인력난은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 산업이 2019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는 것은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다. 내년에도 어렵다. 2023년이나 2024년을 얘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여전히 1~2년은 겨울을 지나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도 좋은 건 날씨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