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5.06 04:11

[땅집고] 대구광역시 수성구의 지하철 2호선 범어역 9번 출구로 나오면 최고 49층 아파트 9동이 눈에 들어온다. 대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히는 ‘두산위브더제니스’다. 하지만 이 아파트 동쪽 야시골공원을 넘어 범어2동 주거지역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4층 이하 다가구주택과 단독주택이 몰려 있고 좁은 도로 양측에 자동차들이 어지럽게 주차돼 있다. 범어2동 주민 A씨는 “범어동 일대에 고층 아파트가 수두룩한데 여기만 1980년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흔히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 주택 시장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개발이 진행 중인 범어1·3·4동은 아파트값이 3.3㎡(1평)당 5000만원에 육박한다. 반면 범어2동은 50년 이상 개발 손길이 닿지 않아 노후 주거지로 변했다. 집값도 평당 1000만원대를 겨우 넘어가면서 주민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범어동은 대구에서도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이지만 이는 1·3·4동 얘기다. 범어1·3·4동은 대부분이 2종과 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50~300%)으로 현재 지상 18~21층 아파트 약 50개 단지, 총 1만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가장 최근 입주한 범어4동 ‘범어힐스테이트’는 전용 84㎡ 주택형이 지난달 13일 15억4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평당 5000만원에 육박한다.
반면 범어2동은 50년 이상 저층 주거지로 남아 낙후됐다. 범어역 주변 상업지역에 범어동 최고가 아파트 두산위브더제니스(1494가구)가 있을뿐 다른 아파트는 전혀 없다. 범어2동의 경우 대지면적 230㎡ 단독주택 가격이 9억원대로 맞은편 범어4동 전용 118㎡ 아파트값 절반 수준이다. 빌라는 전용면적 100㎡가 3억원에 불과하다. 주거시설도 오래됐지만, 상업시설이나 편의시설도 별로 없다. 이 때문에 해가 지고 나면 동네는 어두운 골목으로 변한다.
범어2동 주민들은 최근 길건너 범어4동 일대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자 불만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범어2동에 단독주택을 가진 주민 B씨는 “대구에서 가장 땅값이 비싸다는 수성구 범어동이고 똑같이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는데도 사겠다는 수요자가 없어 집을 팔 수가 없다”고 했다.
■ “범어2동 개발 연구용역 진행 중”…실현 가능성은 글쎄
범어2동은 범어동에서 유일하게 용도지역이 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집을 4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 범어1·3·4동과 달리 과거 논밭이었던 곳을 주거지로 개발하면서 과밀을 우려해 1종 주거지역으로 지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1966년부터 토지구획정리사업을 진행하면서 원래 2층 이하 단독주택지로 정했던 곳”이라며 “이후 법제 개편으로 1종 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범어동 일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범어 2동 개발 계획을 빨리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범어동 집값이 급등한 상태에서 고가 아파트 인근 지역을 저개발 상태로 두는 것은 공익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것.
대구시도 범어2동 일대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용적률을 높여 재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연구용역도 시작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구시 관계자는 “2013년 범어2동 일대를 7층까지 개발 허용하는 용역안이 나왔지만 주민들이 ‘7층으로 개발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반대해 무산됐다”며 “현재 주민 의견을 들어보고 있지만 주변 지역보다 집값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아파트 건설을 허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대구=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 그래서 세금이 도대체 얼마야? 2021년 전국 모든 아파트 재산세·종부세 땅집고 앱에서 공개. ☞클릭! 땅집고 앱에서 우리집 세금 바로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