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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첨 보는 광경"…'버블 공포' 빠진 美부동산

  • 함현일 美시비타그룹 애널리스트

    입력 : 2021.04.29 03:39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주택 시장 거품인가요?
    [땅집고] 매물로 나온 미국 단독주택. /리얼터닷컴

    [땅집고] 얼마 전 옆집이 매물로 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팔렸다. 무려 20개의 오퍼(offer)가 들어왔단다. 결국 리스팅 가격에 10% 넘는 프리미엄을 받고 팔았다고 한다. 놀랄 노자다. 지난 10년 동안 들어본 적 없는 얘기다. 그만큼 요즘 주택 시장이 날뛰고 있다. 이성적인 해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궁금하다. 거품인지 아닌지. 그래서 최근 데이터와 기사를 검색해 봤다. 그런데, 나만 이런 궁금증을 가진 건 아닌가 보다. 많은 사람이 같은 것을 검색했다. 언젠가는 터질 거품인가, 아니면 부동산 가격 결정의 제1원칙, 수요와 공급에 의한 정상적인 가격 결정인가. 한번 살펴보자.

    ■“왜 이렇게 주택 시장이 뜨겁지?”

    지난 3월 구글에 “언제 주택 시장이 추락할 것인가?”를 검색한 사람이 2450%나 급증했다. “왜 이렇게 주택 시장이 뜨겁나?”를 검색한 사람도 일주일 사이에 두 배 늘었다. 모두 주택 시장 거품을 걱정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주택 시장을 보면 그런 걱정이 이해된다.

    [땅집고] 미국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의 전년동기 대비 호가 변동률. /리얼터닷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의 주택 리스팅 중간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37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급등한 것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0% 급등했다. 코어라직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0.4% 올랐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미국 100개 주택 시장 중 약 75%가 10% 이상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은 1년 만에 20% 이상의 가격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필자가 사는 지역이 그렇다. 많은 지역에서는 리스팅 가격 이상으로 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 전체 매매 주택의 42%가 리스팅 가격 이상으로 팔렸다. 전년 동기는 이 비율이 16%밖에 되지 않았다,

    ■2006년 같은 부실 대출 가능성 낮아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거품인가, 아닌가. 답은 “거품은 아닌데, 조정은 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결코 거품일 가능성도 간과할 순 없다. 주택 시장 거품이 최근에 터진 사례는 2006년 금융위기 때다. 당시 문제는 주택담보대출 남발이었다. 신용점수가 낮아도 전체 주택가격의 대부분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수요 증대는 신규 건설 붐으로 이어졌고, 결국 주택 공급과잉에 도달했다. 이 영향으로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깡통 주택’이 늘고 지불 능력이 되지 않았던 주택 소유자들은 압류를 당했다. 2006년과 2014년 사이 약 930만 가정이 주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땅집고] 미국 모기지대출 신용 가용도 추이. /MBA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출 조건이 훨씬 까다롭다. 다운페이먼트(down payment)는 20%를 내야 하고, 그 이하의 경우 추가 보험을 들어야 한다. 최근에는 대출 없이 현금으로 주택을 사는 사람도 늘었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에 따르면 최근 모기지 신용 가용도(mortgage credit availability)가 2014년 이후 최저다. 그만큼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는 뜻으로 대출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에 실행된 주택담보대출의 약 70%는 적어도 760점의 신용 점수를 가진 개인에게 갔다. 이는 2019년 61%에서 올라간 것으로, 지난 4분기 모기지 승인을 받은 개인의 중간 신용 점수도 786점으로 2019년 770점에서 상승했다. 그만큼 건강한 주택담보대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 못따르는 기존 주택 공급

    그럼 주택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공급과 수요의 원칙 때문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재택근무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단독주택을 사려는 사람은 증가하는데, 팬더믹으로 사람들이 집을 내놓길 꺼리고 있다. 특히 미국 인구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40대에 접어들면서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존 주택 공급은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CNBC 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장에 나온 기존 주택 공급은 1년 전보다 28.2% 떨어졌다. 올 3월 말 기준으로 시장에 나와있는 집은 107만 채로 현재 매매 속도로 보면 2.1개월분밖에 되지 않는다. 신규 건설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요 대비 현저히 낮은 공급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럼 당연히 거품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백신 공급으로 인해 곧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면 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벌써 공급 증가 신호가 감지된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신규 주택 리스팅이 올 4월 초 2주 연속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이에 따라 포브스 설문에 나선 100명 이상의 경제학자는 올해 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4.5% 상승하면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땅집고]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 추이. /FRED

    ■미국만 오른 것 아니다

    거품이 아닐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미국 외 지역에 있다. 다른 나라도 주택 가격이 올랐다. 그 추세가 미국보다 빠른 곳도 많다. 2000년 이후 영국의 주택 가격 지수는 200% 이상 상승했다. 캐나다도 같은 기간 260% 상승했다. 한국도 이에 못지않다. 이에 반해 미국은 139% 상승에 그쳤다. 미국을 버블이라고 단정하면, 다른 나라는 메가 버블이다.

    버블일까, 아닐까. 모두의 걱정은 폭락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경제 침체를 불러올 집값 폭락은 없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 물론 틀릴 수도 있다. 워낙 팬더믹 아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 가격은 외부요인이 아닌 시장 내 수요와 공급이 결정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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