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3.03 11:22 | 수정 : 2021.03.03 11:22
[지방도시 주거지역 집중분석] ③ 들썩이는 강원도 부동산 시장

[땅집고] 동해를 끼고 있는 강원도는 전체 면적의 81%가 산지다. 산과 바다가 함께 있어 관광 수요는 풍부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대표적인 투자 불모지로 꼽혔다. 100m 이하 저지대가 5.6%에 불과해 다른 지역에 비해 주택 개발이 어렵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교통망 개발도 더디게 진행됐다. 여러가지 이유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낮은 지역이었다.
그런 강원도 집값이 최근 유례 없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원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2018년 5월부터 26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는데, 지난해 7월 0.29%로 집값이 반전한 뒤, 올해 1월까지 7개월째 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강원도 집값이 갑자기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강원도 주택시장에선 대형 건설사들도 분양을 꺼려했지만, 최근 집값이 상승세를 타면서 대형사들도 춘천·원주를 넘어 강원도 동해안 지역 도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분양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강릉에서 GS건설이 ‘강릉자이 파인베뉴’를 분양했고, 이달에는 삼척에서 두산건설이 ‘삼척 센트럴 두산위브’를 분양할 계획이다.
■ '비규제지역' 강원도, 집값 뛰고 미분양 줄고

강원도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국 모든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서 웬만한 곳은 다 규제지역으로 묶어 놓다보니, 비(非) 규제지역인 강원도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현 정부들어 전국적으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은 드물다. 지난해 정부는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뿐 아니라 경북 경산· 전북 전주·충남 논산 등 지방도시까지 규제지역으로 묶어버렸다. 그나마 현재 비규제지역은 강원도와 제주도 정도가 손꼽힌다. 워낙 규제가 심하다 보니, 강원도가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강원도 부동산 시장에선 외지투자자 유입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년(2020년 2월~2021년 1월) 동안 강원도 아파트를 매입한 서울 거주자가 2830명으로, 경기·인천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서울 투자자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1년(2019년 2월~2020년 1월·1244명)과 비교해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투자 수요가 쏠리면서 최근 1년 사이 강원도 아파트 단지들 실거래가가 84㎡ 기준으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 가까이 뛰고 있다. 예를 들어 강릉시 송정동 ‘송정 아이파크(2019년 12월 입주)’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2억6600만원이었는데, 올해 1월에는 4억5000만원에 팔렸다. 1년 만에 집값이 1억8400만원 오른 것. 삼척시 교동 ‘e편한세상 삼척 교동(2018년 3월 입주)’는 지난해 2월 2억3300만원에서 지난달 2억6500만원으로 집값이 13.73% 상승했다.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미분양 물량도 팔려나가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원도 미분양 아파트는 총 3115가구다. 전년 동월 5945가구와 비교하면 미분양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 ‘삼척 센트럴 두산위브’ 등 올해 7000가구 분양…'완판 행진' 예상

강원도와 서울·부산 등 주변 대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꾸준히 확충되고 있는 점도 최근 강원도 부동산 시장에는 호재다. 2017년 서울과 강원도 양양을 연결하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2시간 넘게 걸리던 이동시간이 1시간 30분대로 줄었다. 지난해 3월에는 KTX동해역까지 개통했다. 지난해 8월에는 평택~삼척 동서고속도로 미착공 구간 중 하나인 제천~영월 구간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지난 12월에는 강원 동해시와 경북 포항시를 잇는 동해선 전철화 사업이 착공했다.
비규제지역 풍선효과와 각종 교통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지난 1월 강원도 평균 청약경쟁률은 13.15대 1로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8개도 중 1위를 찍었다. 전국 평균(4.13대 1)보다 경쟁률이 3배 이상 높다. 지난달 강릉시에 분양한 ‘강릉자이 파인베뉴’는 1순위 청약에서 552가구를 모집하는데 7260명이 몰려 평균 13대 1로 ‘완판’하기도 했다.

올해 강원도에선 새아파트 7000여 가구가 줄줄이 분양에 나선다. 이달부터 삼척시 정상동에서 ‘삼척 센트럴 두산위브’가 분양에 나선다. 지하 4층~지상 36층, 6개동, 총 736가구 규모다. 단지 바로 앞에 7번 국도가 지나며,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KTX동해역이 있다. 앞으로 교통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2022년 동해선이 개통하면 부산까지 이동시간이 약 40분 단축된다.
삼척 센트럴 두산위브 분양 회사 관계자는 “단지에서 자동차로 6분 거리에 193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북평국가산업단지가 있어 수요는 풍부한 편”이라며 “무엇보다 삼척시 아파트 중 입주한 지 15년이 넘은 노후단지가 전체의 75% 정도여서 실수요자뿐 아니라 희소성을 노린 투자자들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5월에는 강릉시 교동에 461가구 규모 ‘경남 아너스빌 더센트로’가 분양한다. KTX강릉역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초역세권 단지다. 근처에 강릉시와 고성군을 연결하는 강릉~제진 동해북부선 사업이 추진 중이다. 8월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이 속초시 동명동에 ‘e편한세상 속초 동명’을 공급한다. 546가구 규모며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까지 2시간 내외로 이동이 가능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원도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이곳 부동산 시장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라면서 “비규제지역이라 청약 당첨 직후 분양권을 자유롭게 전매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강원도에 분양하는 새 아파트들은 이례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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