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1.14 03:20

[땅집고] 1996년 입주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라아파트. 이 단지를 둘러싼 담장은 도로와 접해 있는데, 한 면이 유독 푹 패인 형태다. 이 때문에 도로와 아파트 담장 사이에 삼각형 형태의 ‘쪼가리 공터’가 생겼다. 부지 면적이 5평(16.5㎡)으로 작은 데다, 땅 모양도 사각형이 아닌 삼각형이라 활용도가 낮은 탓에 지난 25여 년 동안 텅 빈 채로 방치돼왔다. ☞2019년 6월 4일자 땅집고 보도 참조: 대박 노린 ‘알박기’ 때문에…아파트 옆에 기막힌 공터
그런데 최근 이 비좁은 땅에 3층짜리 주택이 들어섰다. 바닥면적이 단 2.2평(7.38㎡)에 불과하다. 보통 10평 이하인 집을 협소 주택이라고 부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 주택은 통상적인 협소주택보다 작은 ‘마이크로 주택’인 셈이다. 이 건물은 25층 높이 ‘이튼타워리버2차’와 22층 ‘한라아파트’ 등 주변 고층 아파트와 대비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업계에선 이 집을 두고 “바닥면적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주거용 건물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체 이곳에 어떻게 집이 들어서게 됐을까.


결국 투자자는 토지를 매입한 지 25여 년이 지난 2018년 5월 땅을 4500만원에 매도했다. 새 주인 A씨는 이 부지에 건축비 5000여 만원(정화조 설치 등은 미포함한 금액)을 들여 3층짜리 상가주택을 지난해 8월 완공했다. 1층은 카페·디저트가게 등 테이크아웃 전문점 용도로, 2~3층은 주거용으로 설계했다. 각 층당 면적이 2.2평으로 좁긴 하지만 세탁기·건조기·샤워실·화장실 등 생활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대부분 갖췄다.

주택 시공은 남양주 소재 건축회사 네이처하우징이 맡았다. 부지가 앞쪽으로는 도로, 뒤쪽으로는 담장을 끼고 있어 현장 공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주택 1~3층을 각각 외부에서 조립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식 목조주택으로 건축했다. 목조주택은 콘크리트주택보다 벽면이 얇아 공간 효율이 높기도 하다. 김한 네이처하우징 대표는 “주어진 땅 자체가 작다보니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를 짜내느라 고생했다. 보통 설계에 1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이 주택 설계에만 6개월이 걸렸을 정도”라며 “주택을 조립하는 데는 딱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주민들 사이에선 “출근할 때는 공터였는데, 퇴근할 때 보니 집이 뚝딱 생겼다”는 말도 돌았다”라고 했다.

건축주 A씨는 이 주택 1층과 2~3층을 각각 보증금 2000만원, 월세 45만 원에 임대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첫 입주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온라인 사이트에 주택을 3억2000만원에 매물로 내놓았다가, 최근 2억8000만원으로 매도호가를 낮추기도 했다. A씨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최근 서울 집값이 너무 올라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점을 안타깝게 여겨 협소주택을 짓게 됐다. 부지가 지하철 2·7호선 건대입구역과 7호선 뚝섬유원지까지 걸어서 5분 걸리는 초역세권인 점을 감안하면 1인 가구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라고 했다.
김한 대표는 “자양동 상가주택의 경우 국내 최소 규모일 정도로 특이한 사례긴 하지만, 최근 주택 건축면적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라며 “집을 무조건 대지면적에 꽉 채워서 지어야 한다는 생각, 집은 클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이 건축시장에서 많이 사라진 영향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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