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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상제도 없고, 속도도 빠른데…가로주택정비사업 허점은

  • 권재호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입력 : 2020.12.26 10:15

    [땅집고] 정부가 작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해 사업기간 단축, 용적률 완화, 층수 제한 완화 등 지원책을 발표한 이후 수요자들 관심이 높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각종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해 사업 추진이 빠르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현재 서울시내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 지역만 60곳이 넘는다. 공공 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이달까지 공모를 신청한 구역만 18곳이 넘었다.

    [땅집고] 서울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1,2차 공모 신청 현황. /국토교통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원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규정돼 있다가 2018년 2월 빈집및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법률상 미비점이 있다. 특히 조합원의 지위와 관련한 부분에서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 사업에 반대하는 지주도 조합원?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동의다. 그렇다면,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소유자들은 조합원에서 자동 배제될까.

    가로주택사업은 재건축·재개발 사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재건축과 재개발은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 다르다. 재건축 사업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을 때 동의하지 않는 소유자에 대해 즉시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다. 이후 이들에게 ‘매도 청구’ 소송을 진행해 반대하는 지주들의 토지를 확보한다.

    반면 재개발은 강제 가입제다.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등소유자에게도 분양 신청을 할 단계까지는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다. 이들은 향후 분양 신청을 할 때 현금 청산자로 분류해 보상을 받고 이주한다. 조합원 자격은 이때 비로소 박탈된다.

    [땅집고]재정비사업 조합 가입과 토지 취득 방식. /권재호 변호사

    소규모주택정비법상 가로주택사업의 조합원 자격은 재개발 사업처럼 ‘강제 가입제’를 취한다. 소규모주택정비법 제24조 제1항은 “조합원은 토지등소유자로 하되”라고 규정했다. 즉, 토지등소유자이기만 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동의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셈이다.

    그런데 조합은 이들에게 ‘매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재건축 시행 초기, 조합 설립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주에게는 조합이 매도청구를 할 때는 먼저 토지주들에게 사업에 참여하도록 요구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그동안 주택 시장의 관행이었다. 가로주택사업 방식에 따르면 조합 설립에 반대하긴 하지만 이미 조합원 자격을 가진 토지주에게 또 한번 사업에 참여하라고 요구하는 셈이 된다.

    즉, 매도 청구권은 조합원 자격이 박탈된 토지주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강제 가입제에서 조합 설립 시기에 적용하기엔 법적인 논리가 빈약하고, 모순되는 측면이 많다. 법이 정비되지 않으면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가로주택 조합은 어떻게 토지를 확보할까?

    물론 토지를 확보하는 다른 방법도 있다. 소규모주택정비법 제36조 제1항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행자가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은 자에 대해 협의를 거쳐 ‘매도 청구’나 ‘수용 재결’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수용 재결이란 보통 재개발 사업지에서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은 현금 청산 조합원들과 조합 간 보상금 협의가 실패할 경우 행정심판에 따라 진행하는 토지 보상 방식을 말한다.

    [땅집고]공익사업을 위한 부지 등의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 별포에 나온 공익사업 목록.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 규정만 놓고 보면 마치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두 가지 방식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나온 공익사업 목록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빠져있다. 토지보상법은 제4조 등을 통해 강제수용이 가능한 공익사업 목록을 명시해 두었고, 이를 다른 법률로 개정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소규모주택정비법은 도시정비법 규정을 그대로 차용해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수용 재결’을 신청할 수 있는 것처럼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조합이 이렇게 법적 근거가 모호한 수용 재결 방식으로 토지 확보 방식을 선택할 경우 사업이 무기한 늦어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조합원 자격 상실시점 불분명…총회 결정 무효 우려도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는 조합원이 자격을 잃는 시점도 불분명하다. 조합설립인가에 동의하지 않은 때인지, 조합이 매도 청구권을 행사한 때인지, 조합이 매도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때인지 알 수가 없다. 현행 소규모주택정비법은 가로주택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이 조합원 자격을 잃는 시점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합원 자격 상실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조합원의 총원에 따라 조합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조합원 총회의 효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조합이 매도청구 대상자의 조합원 자격 상실시점을 자의적으로 판단했다가 추후 법원 판단을 통해 조합원 자격 상실시점이 바뀔 경우, 조합원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 총회는 무효로 판단될 수 있어 사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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