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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조차 못 드나드는 골목길, 11평 땅에 '기적의 한옥'

    입력 : 2020.11.22 04:49 | 수정 : 2020.12.30 14:04

    최근 한옥의 아름다움과 건축적 가치에 주목하는 주택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옥이 가진 선과 여백의 미를 현대적 집짓기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올해 한옥 공모전에서 수상한 한옥 3채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올해의 한옥常] ②크레인으로 지은 골목길 집

    [땅집고] 크레인으로 지은 골목길 집. 사진 중앙 오른쪽 불켜진 한옥.

    제10회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준공 부문에서 수상한 ‘크레인으로 지은 골목길 집’은 협소주택이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한옥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이 집은 대지 81㎡(약 24평)이며, 주택 바닥면적이 11평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그만한 땅에도 마당을 만들어 개방감을 확보하고 다락과 지하층까지 배치해 공간 실용성이 돋보인다.

    ◆건축 개요

    [땅집고] 크레인으로 지은 골목길 집 설계도.

    건축주 : 최진택, 한은화
    대지위치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다길 16-2
    대지면적 : 81.4㎡
    용도 : 단독주택
    규모 : 지하1층, 지상1층
    건축면적 : 37.16㎡
    연면적 : 82.06㎡
    준공 : 2019년

    ■ 크레인만 17번 동원해 지은 집

    이 집은 경복궁 서쪽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길에 있어 차가 다닐 수 없다. 이런 탓에 건축주는 집을 지어줄 시공사를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차가 들어올 수 없어 이웃집 너머 음식점 주차장에 크레인을 받쳐두고 굴착용 공사 장비와 각종 자재를 고공으로 실어 날랐다. 집 짓는 과정에서 크레인만 무려 17차례나 동원해야 했다.


    ■ 지상에 주방·침실, 지하엔 서재 등 배치

    당시 예비 부부였던 건축주는 마당있는 집에 살고 싶어했다. 그런데 건폐율을 감안하면 집 바닥면적은 25평 밖에 되지 않았다. 좁은 땅에 다양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층별로 용도를 분산했다. 1층에는 주방·식당·침실 등 주된 생활공간과 중정(中庭)을 배치했다.


    ■ 지상을 살리는 지하 벙커한옥

    지하 1층에는 드레스룸, 서재, 수납공간 등을 배치한 생활 보조공간으로 꾸몄다. 한옥의 가장 긴 면을 수직으로 뚫어 주방과 식당,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막힘없이 이어지도록 했다. 계단은 서재의 일부처럼 활용해 걸터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 남향으로 천장을 뚫어 작아도 개방감 갖춰

    답답하지 않게 지하층 층고를 최대한 높였다. 지상 툇마루 일부는 강화유리로 마감해 지하층의 천창(天窓)이 되도록 했다. 천창은 남향으로 뚫어 지하층 공간에 햇빛이 잘 들어온다. 이 천창을 통해 지하에서는 한옥의 서까래가 한눈에 들어오고, 지상에서는 지하 공간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땅집고] 지상 툇마루 일부에 강화유리로 지하층 천창을 만들었다.

    건축주는 “작아도 넓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져 삶을 풍요하게 만드는 한옥을 옛 동네에 지으려고 애썼다”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도심 한옥 짓기로 기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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