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1.04 05:35 | 수정 : 2020.11.04 07:54
[돈 버는 건축] 서울 마포구 동교동 ‘세광빌딩’ 리모델링
서울 동교동은 새롭게 떠오르는 골목상권이다. 서울의 대표 상권인 홍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동교동은 ‘연트럴파크’와 ‘경의선 책거리’를 끼고 새로운 골목 상권이 됐다. 최근까지 동교동 일대에는 낡은 저층 연립주택이나 노후 꼬마빌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건물들이 하나둘 상가로 탈바꿈하면서 동네 골목길이 개성 있는 상권으로 바뀌고 있다.
동교동 ‘세광빌딩’이 대표적인 리모델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건물은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걸어서 2분 걸려 접근성·가시성이 나쁘지 않고, 건물 두 개동(棟)이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는 흔치 않은 형태라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 끈다.
‘세광빌딩’ 건물주이자 기업인인 A씨는 이 건물을 회사 사옥으로 쓰고 있었다. 사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건물을 통해 오랜 꿈을 이뤄보기로 했다. 바로 박물관을 만드는 것. 박물관으로 쓰는 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임대 사업용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1991년에 지은 건물이 너무 낡았다는 게 문제였다. A씨는 근처 연남동·연희동 일대 100여채 건물을 리모델링한 베테랑 건축가 김종석 땅집고 리모델링센터 소장(AT쿠움파트너스 대표)에게 건축을 의뢰했다.
■건축개요
위치: 서울 마포구 동교동 179-38
지역지구: 제 2종 일반주거지역, 특정개발진흥지구
대지면적: 544.80㎡
연면적: 1309.66㎡
용도: 근린생활시설
규모: A동 지하 1층~지상 7층, B동 지하 1층~지상 4층
주차대수: 7대
기획설계 및 건축디자인: AT쿠움파트너스
건축비: 17억원
시공기간: 2019년 3월~2020년 3월
■건축가가 말하는 이 건물은…
건축주 A씨가 김 소장에게 건축 프로젝트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연희동에 2채, 동교동 다른 건물 한 채에 이어 세광빌딩 건축을 의뢰했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이번에 리모델링을 의뢰한 ‘세광빌딩’은 도로 전면의 건물 A동과 골목 안쪽의 B동까지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 규모는 A동 지하 1층~4층, B동 지하 1층~2층. 남은 용적률을 모두 끌어모아 A동을 최고 7층으로 높이고, B동은 최고 4층으로 짓기로 했다.
건축주는 초기 신축과 리모델링 두 가지 방안 모두 고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김 소장과 함께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증축 리모델링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건축비 면에서 리모델링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신축할 경우 24억원이 드는데, 리모델링하면 17억원으로 비용을 30% 정도 절감하는 효과가 났다.
주차대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건물 주차대수는 5대. 만약 신축할 경우 이보다 4대 더 많은 9대를 확보해야 하는데, 리모델링하면 7대만 갖춰도 됐다. 주차대수가 늘어나는 만큼 임대료가 가장 높은 1층 면적을 주차장으로 배치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단연 리모델링이 우위였다.
■방문객들 호기심 높이는 ‘비대칭 건물’…노출 콘크리트·통유리 마감으로 임차인 돋보여
김종석 대표는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으로 ‘비대칭성’을 꼽는다. 이면도로와 닿아있는 전면부 A동은 7층으로 높게 짓고, 바로 뒤 B동은 4층 규모로 비교적 낮다. 이렇게 지으면 이 일대를 지나는 사람들이 후면부 B동 건물을 못 보고 지나칠 염려는 없을까. 김 대표는 “세광빌딩의 경우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건물이기 때문에, 인지성 면에서 따져봤을 때 전면부 건물을 돋보이게 짓는 것이 수익률 면에서 유리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2층에 구름다리를 설치해 두 건물을 연결했다. 3층에는 캐노피를 달아 구름다리를 오가는 방문객들이 비나 눈을 맞는 일이 없도록 했다. 김 소장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이면도로에서만 봤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미니 건물이 ‘짠’하고 등장하기 때문에 방문객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준다. A동과 B동을 전혀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데서 오는 재미도 크다”라고 했다.
기존 건물은 대리석 마감이었으나 리모델링하면서 노출 콘크리트로 변경했다. 증축하다보니 외장재를 교체하지 않을 수 없기도 했지만, 임대용 건물에서 노출 콘크리트 마감이 갖는 장점도 고려한 설계기도 하다. 수익형 빌딩에서 주인공은 건물이 아니라 임차인이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을 최대한 심플하게 마감하고 통유리창을 달아야 임차인들이 심혈을 기울인 점포 인테리어가 돋보이고, 유동인구 발길도 잡아 끌 수 있다는 것이 김 소장은 설명이다.
A동 건물은 리모델링하며 증축한 4층부터는 격자무늬 발코니를 촘촘하게 배치했다. 건축주는 사업을 하면서 전세계를 돌아 다니며 축음기와 엔틱 스피커를 수집했는데, 건물 외관 디자인을 극장용 대형 스피커에서 따왔다.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올해 3월 완공했다. 점포 수는 A동 12개(지하 1층~지상 3층 2개씩, 4층~7층 1개씩), B동 3개(지하 1층~지상 1층 1개씩, 2~4층 복층)다. 용적률 최대한 살리기 위해 2·3·4층을 실내계단으로 연결해 복층 점포로 만든 점이 돋보인다.
현재 A동 1층에는 카페 겸 베이커리 ‘로덴드론’이 입점해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연희동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세광빌딩’에 2호점을 냈다. 이어 2~6층은 오디오 박물관, 7층은 오디오 박물관 사무실로 쓰고 있다. 개인 박물관을 조성하고 싶었던 건축주의 꿈이 실현됐다. 현재 인테리어 계획 단계에 있다. B동 점포들은 아직 임차인을 구하는 중이다. 추후 임대 완료하면 두 개동을 합해 보증금 5억9500만원, 월세 410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인근 5개 부동산 취합).
김 소장은 오는 11월 10~14일 3일 동안 땅집고가 개설하는 ‘건축주대학-제3기 수익형 건물 리모델링 건축 강의’ 좌장을 맡는다. 강의는 이론 강의 4회와 건축 현장 실습 1회를 포함해 총 5개 강좌로 구성하며,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진행한다. (▶건축비↓ 임대료↑ 수익형 건물 리모델링 비법 강연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