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22 07:45 | 수정 : 2020.10.24 09:26
[땅집고] 도로 폭이 6m 정도로 좁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골목길. 특색 없이 비슷한 노후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런데 멀리서도 확 띌 만큼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건물 이름은 ‘비원(秘苑)’. 도심 속 정원이란 뜻이다. 상가주택이다. 밖에서 보면 창문이 없는 건물 같지만, 막상 내부로 들어가면 시원스런 개방감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층마다 테라스를 널찍하게 만들어 이런 효과를 냈다.
최근 경기 불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강남 요지에도 빈 건물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이 상가주택은 짓자마자 1층을 제외하고 임대차계약이 전부 끝났다. 현재 오피스로 사용 중이다.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소장이 설계했다. 김 소장은 오는 27일 개강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에서 ‘수익률을 높여주는 신축 설계 방법’을 주제로 강의한다.
김 소장은 상가 임차인들이 테라스 등 서비스 면적이 많은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임차인을 위한 테라스 확보에 중점을 두고 이 건물을 설계했다. 그는 “준공 무렵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면서 임차인들이 ‘테라스가 넓어 환기가 잘될 것 같다’고 하면서 앞다퉈 입주했다”고 했다.
◆건축 개요
건물명: 비원(秘苑)-도심속 정원
대지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대지면적: 358.60㎡
건축면적: 208.94㎡
연면적: 824.95㎡
건폐율: 58.22%
용적률: 149.03%
규모: 지하1층, 지상4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건물 높이 : 17.81m
설계자 : ㈜유타건축사사무소 김창균, 배영식, 김하아린
시공자 : ㈜스타시스 건설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비원은 지하1층~지상3층은 상가·오피스로 임대하고, 4층은 건축주가 직접 거주할 집으로 설계했다. 건축주는 3년 전 단독주택을 사들여 본인이 거주하면서 수익도 얻을 수 있는 상가주택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건물 전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하고, 계단 등을 활용해 지하1층~지상2층까지는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오갈 수 있는 별도 출입구를 만들었다. 레스토랑이나 갤러리 카페 등이 전층을 임대하거나 각종 가게와 오피스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이 건물은 외부에서 보면 창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넓은 테라스가 딸려 통풍과 채광이 우수하다. 2층과 3층에는 약 7~8평 규모 테라스가 있다. 지하 1층에도 전면과 후면에 총 15평 규모로 하늘이 뚫린 선큰 구조의 테라스가 있어 지하에도 햇볕이 잘 든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 테라스들은 건물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층마다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를 따로 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모든 층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그 외에 출입구를 1개씩 더 만들고 계단으로 연결했다. 각 공간을 따로 임대하기 수월하고 어떤 업종이 어느 층에 들어오더라도 유동인구를 끌어모으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한 것이다. 김 소장은 “건물 완공을 앞두고 외국 유명 의류 업체가 상가 전실을 임대하겠다는 의뢰하는 등 다양한 업체에서 문의가 많았다”고 했다.
■ 꽉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햇볕 잘 들어
건축주가 거주하는 꼭대기층 거실 옆에도 넓은 테라스를 만들었다. 아래층 상가들처럼 유리로 테라스 벽을 마감하지 않고 외벽에 있는 벽돌을 그대로 활용해 마감했다. 집주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테라스 벽은 이 벽돌을 조금씩 떨어뜨려 틈을 주는 방식으로 마감했다. 주택의 테라스는 사생활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면서도 햇볕이 잘 들고, 답답해 보이지 않았다. 건물 전체 외벽은 밝은 회색 느낌의 벽돌 하나로 마감해 통일감을 주면서도 동시에 입체감이 느껴지는 외관을 가질 수 있었다. 주택 내부에는 10평 규모 복층 공간도 있다. 마치 2층 집으로 지은 것 같이 공간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3.3㎡(1평)당 건축비는 약 600만원이 들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