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10.19 04:48
[땅집고] “분양가만 봤을 땐 시세보다 저렴한 줄 알았는데…. 발코니 확장하려면 1억4000만원을 더 내라고요?”
이달 8일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에서 분양한 ‘부천 소사 현진에버빌’ 아파트. 지하 2층~지상 최고 19층 170가구로 2018년 개통한 서해선 소새울역까지 걸어서 8분 걸리는 역세권 단지여서 소비자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문을 본 예비청약자들은 깜짝 놀랐다. 분양가 외에 발코니 확장비용이 주택형별로 약 8600만원~1억4000만원으로 ‘역대급 최고가’였던 것. 총 분양가 대비 20%에 달한다.
부천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심사를 거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81㎡(이하 전용면적) 분양가는 4억7160만~5억230만원으로, 근처 ‘소새울KCC스위첸’ 85㎡ 실거래가(5억4700만원, 올 8월)보다 싸다. 하지만 분양가에 발코니 확장비 1억857만원을 더하면 실제 분양가는 6억1087만원인 셈이어서 시세보다 오히려 높아진다. 분양가가 6억5710만~6억6230만원인 102㎡도 발코니 확장비 1억4113만원을 더하면 총 분양가가 8억여원에 달한다.
지난 8월 분양한 서울 중랑구 면목동 ‘용마산 모아엘가 파크포레’도 비슷했다. 발코니 확장비가 ▲57~59㎡ 4264만원 ▲72~73㎡ 4553만원 ▲83~84㎡ 4993만원으로, 최고 5000만원에 육박했다. 최근 필수 옵션으로 여겨지는 에어컨까지 선택하면 가구당 364만~580만원을 더 내야 한다. 당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부가 분양가를 낮춰봤자 발코니 확장 등 옵션비용이 비싸지면 소용 없는 것 아니냐. 완전 ‘조삼모사’격이다”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 분양가는 통제…발코니 확장·옵션 비용은 규제 못해
그동안 발코니 확장비는 가구당 2000만원을 넘기는 일이 드물었다. 발코니 무상 확장 서비스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발코니 확장비용이 2000만원을 넘는 단지가 속출하는 것. 당초 무료 옵션이던 붙박이장이나 현관장도 유료로 전환되는 추세다. 정부가 HUG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자, 건설사들이 깎인 분양가를 보전하기 위해 발코니 확장 등 추가 옵션 비용을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는 총 분양가의 5% 내외 수준이었다. 84㎡ 기준으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포레센트’ 1950만원, 광진구 화양동 ‘광진e편한세상 그랜드파크’ 1450만원, 동대문구 용두동 ‘청량리역 해링턴플레이스’ 1144만원,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 910만원 등이다. 반면 올해 분양한 ‘부천 소사 현진에버빌’(1억857만원), ‘용마산 모아엘가 파크포레’(4993만원) 등은 발코니 확장 비용이 급등했다.
이유가 뭘까. HUG가 고분양가 심사를 진행할 때 발코니 확장비용은 따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양선 HUG 홍보실 차장은 “입주자모집공고상 분양가에 발코니 확장비는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확장 여부 자체가 수분양자 선택 사항이어서 심사 대상이 아니다”며 “발코니 확장비용은 지방자치단체 승인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통합 발코니 계약’ 방식도 확장비 상승 ‘꼼수’로 지적된다. 발코니 확장뿐 아니라 디지털도어록, 벽지, 붙박이장, 싱크대 상판, 비데 등 각종 유상 옵션을 함께 묶어서 비용을 책정하는 식이다. 예비청약자들은 “만약 발코니 확장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벽지도 안 발라주는 ‘시멘트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확장비를 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분양가도 못 올리는데…상한제 시행으로 확장비 더 오를 듯
문제는 앞으로다. 업계에서는 ‘발코니 확장비 폭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본격 시행하면 건설사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발코니 확장이나 각종 옵션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발코니 확장비 심사참고기준을 개선했기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된 ‘1억4000만원 발코니 확장비’ 같은 극단적인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선안을 통해 발코니 확장시 골조 및 마감 공사비를 ㎡당 10만6000원으로 정했다. 발코니 확장과 무관한 붙박이 가구 등을 비용에 포함할 수 없도록 했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정한 발코니 확장비 심사참고기준은 말 그대로 참고사항일 뿐,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추가 개선안을 마련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그동안 건설사가 기본 품목으로 제공했던 마감재가 대부분 유상옵션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낮은 분양가로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품질 저하 문제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