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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해준다고? 현장 들락거린 건축주 8억 아꼈죠"

    입력 : 2020.10.06 10:21 | 수정 : 2020.10.06 10:35

    “아무리 작은 건물이라도 시공사만 선정해 놓고 ‘알아서 해 주겠거니’라고 생각하면 절대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건축주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공사와 소통하느냐에 따라 공기(工期)도 달라지고, 비용도 달라집니다.”

    박정수 트래콘건설 대표
    박정수 트래콘건설 대표는 땅집고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건축의 핵심은 건축주와 시공사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다. 트래콘건설은 서울 강남에서 빌딩 전문 시공사로 건축주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다. 2015년 시공한 삼성동 ‘에스타워’와 ‘이노센스’ 사옥, 청담동 ‘청담타워’ 등 세 건물이 동시에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상’을 받아 유명세를 탔다.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업무·상업용 빌딩부터 병원, 호텔, 공장·물류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공 실적을 쌓았다. 박 대표는 오는 27일 문을 여는 국내 최고 실전형 건축 강좌 ‘제15기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에서 ‘좋은 시공사 선정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한다. 박 대표에게서 수익형 건축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시공에서 건축주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건축주는 건물과 프로젝트 주인이기도 하지만, 건축 과정에서는 설계사와 시공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건축주가 건축 현장에서 자기 뜻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소통하면 시공 과정에서도 건물이 발전한다. 2012년 준공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건축주이자 의사였던 김철수 양지병원 이사장은 병원 의료진과 함께 진료 중에도 시간을 내 공사 현장을 자주 찾았다. 현장에서는 신축 병원에 들여놓을 의료 기기 특성과 사용 환경을 자세히 설명해 줬다. 건물을 사용할 의사들만 아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설계상 자재보다 기술적으로 더 효율적인 자재를 찾아 교체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시공비가 처음 견적보다 8억원 이상 줄었다. 김 이사장은 그렇게 아낀 비용을 병원의 새로운 시설에 재투자했다. 이 건물은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도 받았다."

    -시공사를 고를 때 건축주가 놓치기 쉬운 것은.
    “건축주는 견적서에 나온 총괄 금액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왜 그 금액이 나왔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누락된 항목이 있을 수도 있고, 설계상 기재된 제품과 사양이 다른 제품으로 대체했을 수도 있다. 다른 경쟁사보다 과도하게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업체는 조심해야 한다. 낮은 금액을 써낸 시공사는 그만큼 ‘급한 사연’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업체를 선정하면 처음부터 문제가 생길 소지를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2014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건축주와 긴밀한 협력으로 최초 시공 견적가에서 8억원 이상을 절감했다. /트래콘건설 제공
    -건축주가 견적서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
    “건축주도 공부해야 한다. 건축 공부는 조금만 하고, 주변에서 도움을 받으면 비슷한 규모의 건물 견적서 정도는 비교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시공 견적을 받을 때 주의할 점은 30억원대 공사가 주력인 업체와 500억원대가 주력인 업체를 함께 입찰에 참여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 규모에 차이가 클 경우 인력이나 공사비가 회사마다 다르고 견적 차이도 크다. 건축주가 판단하기 불가능해진다. 해당 규모의 공사를 많이 해 본 시공사를 2~3곳 찾아 견적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다.”

    -건축주와 시공사 간 분쟁이 주로 일어나는 부분은.
    “시공은 2차원 도면을 보고, 3차원 건물을 만드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설계 도면을 두고 이해한 내용이 서로 다르거나 견적서상 충분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이미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는 시간이 돈이어서 건축주가 불리하다. 그래서 건축주는 시공사를 선택할 때 견적뿐 아니라 시공과 관리 능력이 좋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건축주가 시공사를 평가할 수 있는 간단한 노하우가 있다면.

    “시공사 선정 전 반드시 해당 건설사가 시공 중인 현장에 가볼 것을 추천한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현장 직원의 응대 태도나 작업 환경을 보면 그 회사가 얼마나 현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현장이 얼마나 잘 정돈돼 있는지도 체크해 보라. 건축 현장이 혼란스럽다면 현장 담당자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자재를 낭비하게 되고 사고가 일어나면서 악순환이 일어난다. 마음에 둔 시공사가 있다면 그 회사가 최근 시공한 건물도 자주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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