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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돈으로 일반분양 로또 만드나"…둔촌주공 운명은

    입력 : 2020.06.19 05:51

    [땅집고] 철거가 끝나고 부지 정비 작업에 한창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박기홍 기자

    [땅집고]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분양가가 더 낮아질 수 있는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기엔 부담이 큽니다.”(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
    “일반 분양자에게만 엄청난 로또를 안겨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둔촌주공 조합원 모임 관계자)

    전체 1만2032가구, 일반분양만 4786가구에 달해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가 선분양과 후분양을 놓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3.3㎡(1평)당 291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통보하면서부터다. 이 분양가를 받아들이면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3000만원의 분담금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업이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조합은 다음달 9일 임시총회에 일반 분양가를 2910만원으로 낮추는 관리처분계획 변경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역대급 로또 분양 여부, 다음달9일 판가름

    HUG가 제시한 평당 분양가(2910만원)는 조합이 원했던 3550만원보다 600만원이나 낮다. 조합원들은 조합원 이익을 일반분양자에게 나눠주는 꼴이라며 반발한다. HUG가 제시한 분양가로 사업을 진행하면 조합원 1인당 평균 1억3000만원 가까이 분담금이 늘어난다. 일반분양자들은 그만큼 수익을 얻는 셈이다.

    조합원 상당수는 반발한다. 강정원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 운영위원은 “일반분양자에게만 로또를 안겨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대다수 조합원은 HUG가 제시한 분양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땅집고]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부지 내 마련한 주택홍보전시관에서 OS요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박기홍 기자

    그렇지만 조합 집행부는 HUG의 분양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담금에서 조금 손해보더라도 오는 8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격이 더 낮아질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분양 일정을 서두르는 편이 낫다는 것. 이런 계산은 공사비 수입을 서둘러 확보하고 싶은 시공사들의 이해와도 일치한다. 실제로 시공사들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에 대한 조합원 서면 동의서를 받기 위해 OS요원(홍보 도우미)만 100명 이상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 입구. /박기홍 기자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이 통과되려면 조합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둔촌주공 조합원 6123명 가운데 3062표 이상 동의해야 한다. 현재 조합 집행부 의견대로 분양가 변경과 일반분양을 진행해야 한다는 측과 반대 측이 절반 정도씩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 “상한제 적용해도 분양가 더 올라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조합이 한국미래전략연구원에 의뢰한 ‘분양가상한제 연구용역 보고서’ 결과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이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평당 최저 2842만~3561만원의 분양가 심사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한제 적용시 분양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는 HUG의 분양가 심사가 생략되기 때문이다. 또 주변 시세 기준으로 분양가를 통제하는 HUG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는 토지 원가에 표준건축비 등을 합산한 금액으로 책정한다. 쉽게 말해 땅값을 포함한 사업 비용이 클수록 금액이 높게 책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론상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게 유리한 단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둔촌주공이다. 실제로 둔촌주공의 올해 공시지가는 ㎡당 881만원으로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당 914만원)와 큰 차이가 없다. 올해 공시지가에 표준건축비 3.3㎡당 660만원, 여기에 가산비로 건축비의 15~20% 정도를 더하면 3.3㎡당 3500~3600만원 안팎으로 책정된다. 여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공시지가가 점차 상승할 것이란 가정 하에 후분양을 선택하면 분양가는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땅집고] 둔촌주공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온라인 카페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은 최근 조합장, 이사, 감사에 대한 해임 동의서를 받고 있다. /조합원 제공

    물론 이 용역 결과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이를 근거로 현 조합 집행부 해임까지 추진 중이다. 조합원 김모씨는 “현재 조합장 해임 동의서 2500부 이상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달 관리처분계획 변경안도 반대표가 많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 측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만을 근거로 분양가 상한제나 후분양을 선택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이론상 나온 금액일 뿐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을 감안하면 더 높은 수준의 분양가 통제가 예상된다”고 했다.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부 단지의 경우 원가 등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분상제가 HUG 고분양가 심사보다 더욱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추정만으로 분양 일정을 늦추기는 부담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지속하면 부동산 가격이 대체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지가 상승률이 낮아지면 후 분양을 했을 경우 사업성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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