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6.13 05:56
[최광석의 법률톡톡] "옆 점포 시끄러워서 도저히 장사 못해!"…건물주 책임?
[궁금합니다]
부산의 한 상가에 미용실을 차리기로 한 헤어디자이너 A씨. 건물주와 보증금 5500만원, 월세 7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맺고 점점 단골 고객을 쌓아가며 미용실을 순탄하게 운영 중이었다. 그런데 개업 약 1년 후부터 시도 때도 없이 벽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거울과 비품 보관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바로 옆 점포에 골프용품점이 입점하면서 스크린골프연습장 2칸을 운영한 것이 원인이었다. 골프공이 벽에 부딪히면서 벽을 마주한 미용실에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게 된 것.
골프공 소리 탓에 A씨는 미용실 영업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됐다. 손님들이 ‘쾅쾅’ 소리에 놀라서 항의하는 일이 잦아졌고, 스트레스나 두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A씨는 한 달에 걸쳐 벽에 방음 공사를 했다. 하지만 골프 시타 소리에 대한 손님 불평은 계속돼 가게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임대차계약 기간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A씨는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해결하세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A씨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건물주가 같은 건물 안에 부적절한 업종을 함께 들여 세입자 운영을 방해했다면, 세입자에게 기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판례다(2007가단201382호).
부산지방법원은 임대차계약 내용으로 미루어 봤을 때, 건물주가 A씨에게 특정 점포를 세 놓은 것은 미용실 영업이라는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건물주는 해당 점포를 미용실 영업과 관련 사용수익에 적합한 구조, 공간 상태를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건물주가 인접한 점포에 골프용품점을 들이면서 A씨가 영업에 지장을 받게됐다면 임대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임대인 의무를 점포 설비나 상태 등 물리적인 요소에 국한하지 않고, 임대인의 추가적인 임대행위로 인한 소음·진동까지 감안하겠다는 의미다.
A씨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며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건물주에게 보낸 것으로 임대차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되며, 건물주는 보증금 5500만원을 A씨에게 반환해야 한다.
이번 판결을 미루어보면 같은 건물 안에 독서실 등 정숙함이 필요한 업종과 노래방 등 소음이 심한 업종을 한꺼번에 입점시키는 것은 부적절한 임대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물주가 당장의 공실을 채우기 위해 업종을 고려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임대 구성때 이 같은 문제 소지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