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06 05:34
[땅집고] 지난 3월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첫 분양한 ‘과천제이드자이’ 아파트는 올 1분기 수도권에서 청약 경쟁률이 가장 치열했다. 1순위에 2만5000여명이 몰려 경쟁률이 193.6대1에 달했다. 분양가가 3.3㎡(1평)당 2195만원으로 주변 시세의 절반에 그쳐 ‘로또 단지’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문제는 청약자가 많이 몰렸던만큼 부적격 당첨자도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 아파트 시공사인 GS건설에 따르면 전체 647가구의 22.7%인 147가구가 청약 부적격자였거나 미계약 가구였다. 당첨자 5명 중 1명꼴이다. 올 초 경기 수원 팔달구 재개발 아파트인 ‘매교역푸르지오SK뷰’도 마찬가지였다. 올 2월 1순위 청약 당시 15만명 이상 몰리며 수원에서 역대 최대 청약자가 몰렸다. 하지만 특별공급을 포함한 일반분양 1795가구 중 236가구(13.1%)가 부적격자이거나 계약 포기자였다.
국토교통부가 손쉬운 청약을 목표로 지난 2월 초 출범시킨 새로운 청약 사이트인 ‘청약홈’이 출범 2개월 지났지만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자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최대한 방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청약 자격 등이 너무 복잡한 탓에 기대와 달리 부적격자가 속출하면서 청약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 특별공급 기준 잘못 알고 신청해 대거 탈락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행 주택청약 시스템이 신규 분양 아파트의 문을 처음 두드리는 청약자에게는 아차하면 실수하기 딱 좋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조건이 너무 복잡해서 전문가인 나조차 헷갈릴 때가 있다”고 했다.
아파트 특별공급이 대표적이다. ‘과천제이드자이’의 경우 특별공급에 당첨되려면 일정한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무주택자이면서 월 평균 소득이 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기준 100%(622만원) 이하여야 했다. 여기에 건물과 토지를 합친 부동산 평가액은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시세는 2764만원보다 낮아야 했다.
국토부는 이처럼 복잡한 청약제도를 알기 쉽게 알려주고, 청약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 새로운 청약 사이트 ‘청약홈’을 선보였다.
하지만 개편 이전과 비교해 아직까지 개선 효과는 거의 없다. ‘과천제이드자이’의 경우 미계약 147가구 중 95% 이상이 신혼부부·다자녀 등 특별공급에서 발생했다. ‘매교역푸르지오SK뷰’ 역시 단순 계약 포기에 따른 미계약분은 10% 미만이다. 나머지는 무주택 여부, 해당지역 우선공급 신청 등을 잘못 알고 신청한 부적격 당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최근 5년간 공급한 공공주택의 부적격자(1만786건) 가운데 가장 많은 사유도 소득기준 오류(23.1%)였다.
■“결격 사유 자동 필터링 기능 빠져”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홈 시스템에 신청자 입력 오류 여부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필터링 기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청약홈은 기존 ‘아파트투유’보다 각종 청약 자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고, 청약신청도 미리 연습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청약홈’을 통해 본인과 세대원의 ▲재당첨 제한 ▲특별공급 제한 ▲투기과열지구·청약과열지역 1순위 제한 ▲가점제 당첨 제한 ▲부적격 당첨자 제한 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과 세대원 주택 소유도 건축물대장, 재산세관리대장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청약 가점 계산에 필요한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거주요건 기준도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정작 청약 신청 시에는 본인이 사전에 확인한 내용을 기억했다가 해당 신청란을 클릭해 직접 입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입력 실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정부 전산망에서 자동으로 신청자의 입력 오류를 바로 알려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일부 정보는 아예 제공하지 않거나 필터링 기능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침해 문제도 있고, 시스템적으로 관계 기관 도움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행정정보를 일원화하기 어렵다”며 “결국 청약자들이 모든 사항을 직접 확인해 입력하고, 오기입으로 인한 책임은 청약자 본인에게 있다”고 했다.
■단순 계산 실수 방지할 대책 마련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침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항목에 필터링 기능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단순 계산 실수로 부적격 당첨자가 양산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과 1~2년간 부동산 대책이 열 아홉번 발표되고 청약제도 역시 급변하면서 청약자들이 이를 모두 숙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청약자들이 예비 시뮬레이션을 거쳐 본청약에 나서는 절차를 의무화하거나, 일부 자격 항목은 자동 필터링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