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31 05:03 | 수정 : 2020.03.31 18:58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누에고치를 닮은 단층주택 ‘코쿤하우스’
[세계의 주택]누에고치를 닮은 단층주택 ‘코쿤하우스’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는 경치가 아름다운 평야지역이다. 이곳에 마치 누에고치 모양과 비슷한 단독주택이 있다. 알파벳 ‘L’자 형태로 꺾어진 ‘코쿤하우스(Cocoon House)’다. 건축가가 가족과 직접 거주하기 위해 설계한 높이 5m 단층주택이다. 누에고치(Cocoon) 몸통을 빼닮아 코쿤이라고 불린다. 원래 있던 오두막을 확장해 재설계한 이 집은 건축가 가족의 주말 별장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건축가는 친환경적인 집을 만들고 싶었다. 태양광 전지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지붕을 삼나무로 마무리하는 등 자연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 덕에 이 집은 미국 그린빌딩위원회의 친환경건축물인증(LEED)을 받기도 했다.
◆건축 개요
건축사무소 : 니아 스튜디오 (nea studio)
위치 :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
연면적 : 160.72㎡
준공 : 2019년
대표건축가 : 니나 에드워즈 앵커(Nina Edwards Anker)
사진작가 : 캐일론 핵위드 (Caylon Hackwith)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이 집은 불투명한 벽면과 투명한 벽면으로 공간이 나뉜다. 불투명한 면은 북쪽과 서쪽을 향해 설계했고 외벽을 두껍게 해 높은 습도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고 열을 유지하도록 했다. 불투명한 면에 개인공간을 배치해 사생활을 보장했다. 동쪽과 남쪽을 향하는 안쪽 면은 투명 창으로 마감해 내부에서 시원스런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투명한 면과 불투명한 면이 마주보는 구조는 이 집의 독특한 매력이다. 투명한 벽면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온열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장식 요소로 작용했다. 불투명한 공간은 두꺼운 벽으로 지어 단열성을 높였다.
■ 태양 움직임에 따라 미술관처럼 변하는 집
햇빛이 반투명 색유리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데 태양 고도에 따라 빛도 계속 변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건축가가 영국의 인상파 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J.M. William Turner)의 물 위에 반사된 햇빛을 그린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몰과 휴식을 나타내는 주황색에서부터 정열, 활동을 상징하는 진한 노란색이 침실에서부터 거실까지 이어진다.
천장에서부터 떨어지는 빛이 시간에 따라 다른 모양을 만들며 건물 앞 작은 연못과 집안의 흰 벽을 장식하고 있다. 빛의 형태에 따라 하루 시간이 어느쯤인지, 계절이 어디쯤 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자연친화적 설계로 쾌적한 실내 온도
이 집은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남서풍을 고려해 바람과 열이 적절하게 공급되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실내 온도가 항상 적절하게 유지돼 냉·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
겨울에는 유리 입면이 남쪽 햇빛을 받아 열을 모으고, 더운 여름에는 실내 그늘 덕에 태양열의 50%가 줄어 실내 온도를 낮춘다. 그야말로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