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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자녀 집에 4.5억 전세살이' 탈세로 본 결정적 이유

  • 유찬영 안세회계법인 세무사

입력 : 2020.02.27 04:54

작년 6월 서울 서초구에 10억원짜리 집을 구입한 A씨. 당시 구청에 낸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10억원 중 A씨가 직접 낸 돈은 1억원에 불과하다. 4억5000만원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고, 나머지 4억5000만원은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전세입자는 다름아닌 A씨 부모였다.

[땅집고]국토교통부는 20대 자녀 집에 부모가 전세보증금을 주고 함께 산 사례를 편법증여 의심 케이스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토교통부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실거래 조사를 거쳐 A씨가 부모로부터 4억5000만원을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토부가 편법 증여라고 본 이유는 A씨가 이 집에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다 전세 보증금 역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기 두 달 전에 미리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 간 전월세 거래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절세 수단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증여세 탈루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합동조사팀이 최근 발표한 서울지역 부동산 실거래 조사 결과, 탈세 의심사례 중 가족 간 주택 거래로 인한 증여세 탈루가 다수를 차지했다. 의심사례 총 1333건 중 640건 정도로 절반을 넘긴다. 과연 어디까지가 절세이고, 어디부터 탈세일까.

■ 자식 집에 전세살이…대가 지불 안하면 ‘증여’?

A씨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국세청은 일단 부모가 낸 전세보증금을 A씨가 전액 반환할 때까지 모니터링한다는 계획이다. A씨가 계약 만료 후 부모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명백히 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A씨가 보증금을 반환하면 정상적인 전세 거래에 해당해 증여로 보기 어렵다.

만약 A씨가 부모로부터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면 어떨까. 오히려 증여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A씨가 부모에게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주거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땅집고] 자식 집에 전세살면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증여'로 의심할 수 있다. / 땅집고

그런데 A씨는 부모와 함께 이 집에 살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7조 1항’에는 자녀 명의 주택에 부모가 함께 살면 무상의 사용이익을 증여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부모 봉양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이 규정이 부동산 소유자와 함께 사는 주택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증여로 본다는 것은 아니다. A씨 부모가 전세보증금을 지불하고 A씨와 함께 거주하는 것도 증여세 탈루로 볼 수는 없다.

■ 전세보증금 4억5000만원은 적절했나?

다음으로 검토할 사항은 A씨 부모가 낸 전세 보증금 4억5000만원이 시세 대비 적정한지 여부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2조’에는 부동산을 시가보다 높거나 낮은 대가를 받고 사용하게 함으로써 얻는 이익에 대해 증여세로 과세할 수 있다.

[땅집고]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 42조. / 땅집고

만약 부모가 맡긴 보증금이 시세보다 높다면 A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상증법상 적정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은 주변 전세 거래 사례를 우선으로 한다. 사례가 없다면 기준시가로 산정해야 하는데 상증법상 전세보증금의 시가를 평가하는 조항은 없다. 다만 법인세법을 준용해 임대보증금의 시가를 ‘당해 자산 시가의 50%’로 볼 수 있다.

따라서 A씨의 경우 부동산 가액 10억원의 50%인 5억원이 전세보증금의 정상적인 시가라고 판단할 수 있다. 여기에 법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할 만큼의 이익으로 판단하려면 보증금이 시가의 30%, 즉 5억원의 30%인 1억5000만원보다 더 높아야 한다(상증법 시행령 제32조2항2호). 따라서 A씨가 정상적인 가액 수준인 5억원보다 1억5000만원 높은 6억5000만원의 보증금을 받았다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 두 달 전에 보증금 건넸어도 문제없나?

전세 계약서를 쓰기 두 달 전에 보증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될까. 이 역시 불분명하다. 당초 부모가 A씨에게 지급한 자금 4억5000만원의 성격에 대한 사실 판단이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즉, 두 달전 미리 받은 돈을 보증금 선납(先納)으로 볼 것인지, 또는 현금 증여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만약 현금 증여로 본다면 A씨가 미리 4억5000만원을 받아둔 것뿐만 아니라, 나중에 전세 계약하면서 부모로부터 돈을 받지 않고 전세 계약서만 작성해 부모에게 전세 채권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 양쪽으로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보통 다른 재산의 경우 증여받은 후 3개월 내 반환하면 당초 증여와 반환 모두 증여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현금인 경우 둘 다 증여로 본다고 상증법 4조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집고]A씨는 2개월 전 보증금을 건넨 부분에 대해 현금 증여인지, 전세보증금 선납인지 여부를 소명해야 한다. / 안세회계법인

하지만 정당한 전세보증금으로 간주한다면 2개월 전에 받았더라도 문제는 없다. 다만 A씨가 이 거래가 정당한 전세 보증금 수수였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소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A씨가 정당한 전세보증금이란 사실을 증명한 뒤 계약 기간이 끝나고 보증금 4억5000만원을 부모에게 제 때 반환한다면 부모나 A씨가 상속·증여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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