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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복부인' 휩쓸고 간 창원, 집값 1억 넘게 뛰었다

입력 : 2020.02.25 03:41

[발품리포트] 불과 두 달새 집값 1억 넘게 뛴 경남 창원

[땅집고] 경남 창원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용지 아이파크' 단지 앞에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줄줄이 들어서 있다. /창원=이지은 기자

[땅집고] “작년 말부터 서울 복부인들이 창원에 우르르 몰려와서 새 아파트 집값을 한 두 달 만에 1억원 넘게 올려놓고 갔어요.”

지난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용호동에 만난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아파트값 동향을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서울 ‘복부인’들이 무섭단 말을 이번에 실감했다”고 했다.

실제 창원 집값은 작년 말부터 급등했다. 대표적인 곳이 의창구 용호동이다. 창원의 대장주로 불리는 ‘용지 아이파크’와 ‘용지 더샵레이크파크’를 직접 찾아갔다. 두 단지 모두 창원 도심인 의창구에 2017년 입주한 신축이면서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용지 브라더스’라고 불린다. 용지 브라더스 집값은 불과 두 달새 1억5000만원 이상 뛰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미친듯이 올랐다”고 했다. 올 1월 ‘용지 더샵레이크파크’ 84.95㎡(이하 전용면적)는 7억5900만원(8층)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작년 10월만 해도 6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2개월만에 1억 5000만원쯤 오른 것. 지난해 12월 ‘용지 아이파크’ 84.72㎡도 신고가인 7억5000만원에 팔렸다. 작년 10월엔 6억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땅집고] 창원에서 선호도가 높은 '용지 브라더스' 아파트 실거래가 추이. /이지은 기자

사실 창원 부동산 시장은 2016년 이후 3년 반 넘게 어둠의 터널에 갇혀 있었다. 집값은 2016년 4월 이후 185주 연속으로 하락했다. 4300여가구 대단지가 통째로 미분양되는가 하면 집값이 고점 대비 20~30%씩 곤두박질한 아파트도 넘쳤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창원 집값은 2019년 11월 상승 전환했다. 새 아파트가 많은 성산구와 의창구 위주로 오르다가 올 1월 들어서는 5개구(區) 집값이 모두 상승세다.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사들과 주민들은 “과거 창원 경기가 좋았을 때도 아파트값이 이렇게까지 오른 적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다보니 ‘용지 브라더스’가 있는 의창구청에는 “집값이 너무 올라 담합이 의심된다”는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침체를 겪었던 창원 부동산 시장이 펄펄 끓는 이유가 뭘까.

■ “거품 빠졌다” 외지인 몰려…공급 절벽도 영향

가장 큰 이유는 외지인 투자자 유입이다. 정부가 서울·수도권에 부동산 규제를 집중하면서 투자 수요가 비 규제지역인 지방 시장으로 이동한 것. 특히 창원은 그동안 집값이 하락해 거품이 많이 빠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다른 지역보다 외지인이 단기간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한 마디로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파는’ 투자가 가능해서다.

[땅집고] 2019년 창원 지역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 수. /한국감정원

실제로 창원에는 지난해 말부터 외지 투자자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창원 아파트를 매입한 외지인(서울 및 관할시도외)은 1~10월엔 평균 125.3명 정도였다. 하지만 11월 323명으로 늘어나더니 12월에도 418명으로 급증했다. ▲2017년 11월 81명, 12월 90명 ▲2018년 11월 136명, 12월 150명인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대비 외지인 수가 2배 넘게 늘었다.

앞으로 닥칠 아파트 공급 절벽도 창원 집값 급등에 영향을 줬다. 창원시는 2018년 말부터 공급 과잉과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신규 아파트 사업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경남의 미분양 주택을 보면 전체 1만2269가구 중 창원이 5329가구로 가장 많다. 창원시 지침에 따라 올해 입주하는 4484가구를 제외하면 내년부터 아파트 입주량이 ‘제로(0)’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외지 투자자들도 창원에 새 아파트가 끊기는 점을 노렸다”면서 “희소성 있는 신축 대장주 집값만 쏙쏙 골라서 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땅집고] 창원 의창구 중동 '유니시티'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나붙은 매물 안내문. 프리미엄이 수천만원 붙었다. /창원=이지은 기자

실제로 최근 창원 집값을 이끄는 아파트는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좋은 성산구와 의창구 일대 신축 대단지다. 올 1월 매매된 4건의 ‘용지 브라더스’ 84㎡ 실거래가는 7억1500만~7억5900만원이다. 지난해 1월 5억2700만~5억85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최소 1억8800만원 넘게 올랐다. 지난해 6000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속칭 마이너스 피(프리미엄)가 5000만원까지 붙었던 ‘유니시티’도 분양가 대비 웃돈이 평균 6000만~8000만원 정도 붙었다. 이 아파트 4단지에는 프리미엄이 1억원까지 오른 35평짜리 매물도 나와 있다.

■ 경기 회복 불투명…반짝 상승일 가능성 높아

[땅집고] 2020년 창원 아파트 주택매매가격 변동률. /한국감정원

전문가들은 창원의 집값 급등세가 ‘반짝 상승’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지역 경기가 견고하게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만 단기 급등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것이다. 통계상으로도 최근 집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지는 분위기다. 올 1월 4주까지만 해도 평균 0.14%를 기록했던 창원 집값변동률이 2월 들어서는 0.07%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의창구 0.22% → 0.09% ▲성산구 0.28% → 0.09% ▲마산회원구 0.04% → 0.01% 등 지역별 상승폭도 급격히 줄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별 다른 호재나 탄탄한 실수요가 없는데도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것은 투자 수요나 정부 정책 등 외부 요인 때문에 일시적으로 상승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 창원 아파트에 투자하면 한마디로 ‘상투’를 잡는 행위나 다름 없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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