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2.17 04:57

[땅집고] 최근 보증금 6000만원에 오피스텔을 전세 계약한 A씨. 공인중개사 B씨에게 전세계약서와 함께 ‘부동산공제증서’ 복사본을 받았다. B씨는 “만약 거래에 문제가 생겨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이 공제증서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과연 B씨 말처럼 중개사고가 발생하면 A씨는 보상금 1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걸까.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부동산 매매나 전월세 계약을 앞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중개 사고에 대한 걱정이 없지 않다.

공제금액 한도는 개인공인중개사 최소 1억원, 법인 최소 2억원이며 1년 단위로 가입한다. 이 공제 기간에 본인이 부동산 계약서를 작성한 날짜가 포함돼야 중개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16~2018년 3년 동안 일어난 중개 사고는 총 674건으로, 피해자들이 받는 보상금은 총 261억여원이다.

그런데 이 부동산공제증서를 보고 ‘계약에 문제가 발생해도 1억원은 보상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공제증서에 적힌 1억원은 계약 1건당 보증하는 금액이 아니라, 한 공인중개업소가 1년 동안 보상해줄 수 있는 손해배상금 총액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중개 사고를 겪은 계약자 수가 많아질수록 1인당 보상금도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같은 해 계약자 10명이 같은 공인중개사에게 피해를 입었다면 단순계산으로 한 명당 1000만원 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가 지급 한도인 1억원을 초과했다면 이후 중개 사고를 겪은 피해자는 보상금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

‘과실상계’도 고려해야 한다.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실수로 일어난 중개 사고여도 공제증서를 발급하는 회사가 거래 주체(매수·매도인)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을 묻기 때문에 피해 금액을 100% 돌려받기는 힘들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2018년도 사고유형별 공제금지급 현황’을 보면 211건의 거래 사고 중 ‘다가구주택 경매 사고’가 96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청구 금액 대비 공제금 지급률은 29.5%(피해자 청구금액 총 104억여원, 협회 지급금액 30억여원)에 그쳤다. 이어 2위인 ‘확인설명미흡 사고’는 51.9%, 3위 ‘신탁부동산 사고’는 35.7% 등이었다. 중개 사고로 발생한 피해 청구금의 절반도 못 돌려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공제증서가 보증하는 한도 금액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집값과 전세금이 계속 오르는데 보상금 한도가 몇 년째 1억원에 묶인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공제 상품 취급 기관들은 공제 한도를 섣불리 올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 1인당 내야하는 가입비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으로 공제 가입비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약 22만원 ▲서울보증보험 약 10만원이다.
결국 A씨를 비롯한 계약 당사자들은 공인중개사가 건네는 1억원 한도 부동산공제증서를 보험처럼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거래대금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로만 여겨야 한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