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2.04 04:33 | 수정 : 2020.02.04 07:44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주택은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앞뒤가 다른 목조주택 ‘와일든 스트리트 하우스’
[세계의 주택]앞뒤가 다른 목조주택 ‘와일든 스트리트 하우스’
호주 동부 브리즈번 패딩턴에 ‘앞뒤가 다른’ 작은 오두막이 있다. 주택 전면은 1층과 2층을 나눠 2층에만 화이트 페인트를 칠했다. 언뜻보면 소박한 일본식 목조주택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주택 내부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내부 테라스 방향으로 창이 뻥 뚫린데다 주택 위층 오른편 공간은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앞면과 뒷면이 완전히 다른 집 같다.
작고 좁은 대지에 집을 지으려던 건축주는 건축가에게 주택 내부에 휴식,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알차게 들어갈 수 있도록 특별한 설계를 주문했다.
◆건축개요
건축사무소: 션 로키어 아키텍츠(Shaun Lockyer Architects)
위치: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 패딩턴
대지면적: 450㎡
건축면적: 387㎡
규모: 지상 2층
준공: 2013년
사진작가: 스콧 버로우(Scott Burrows)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건축가는 전쟁이 난 땅에 오래 전 버려진 오두막을 개조해 ‘와일든 스트리트 하우스’를 설계했다. 주변에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경사진 대지에 지었지만 주택 양 옆으로 숲이 우거져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지킬 수 있었다.
건축가는 폭이 좁고 길다란 직사각형 지형의 특징을 살리기로 했다. 주택 뒷쪽에는 2층 반쪽을 돌출시켜 생긴 1층의 여유공간과 바로 앞에 펼쳐진 개인 수영장 덕에 365일 휴양지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집안 틈새 공간에 수납 공간을 만들거나 지붕을 터서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각적으로 답답함을 줄였고, 공간활용도도 높아졌다.
■건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입체감
폭이 좁은 주택을 답답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입체감을 주는 것이다.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거실 한쪽은 완전히 개방해 외부 테라스와 이어진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려는 건축주의 아이디어였다.
건축가는 주택 내부도 입체감을 고려해 설계했다. 1층 천장에 매달린 공 모양 샹들리에가 내부 입체감을 한층 더 강화하는 동시에 넓어보이는 효과를 가져다줬다.
■좁은 집에 틈틈히 숨겨놓은 비밀공간
와일든 스트리트하우스 곳곳에는 건축가가 좁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묻어있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밑에 수납공간을 만든 것이 그 예다.
2층은 공용 공간을 줄이고 개인 공간 중심으로 설계했는데, 개인 공간 사이 틈새를 적극 활용했다. 창밖을 향하는 테이블을 설치해 카페 같은 분위기로 꾸민 것이다.
이 집의 숨겨진 포인트는 뻥 뚫린 지붕이다. 지붕 일부를 제거해 집안에서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다. 햇빛을 내리쬐고 있으면 남향 창에서도 햇빛이 들어온다. 사방에서 빛이 들어오니 좁은 공간에서도 넓다는 느낌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