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2.02 05:23 | 수정 : 2020.02.02 10:20
누구나 나만의 집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집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막막하죠. 땅집고가 국내 최고의 건축가들과 함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주택을 소개합니다. 이번에 다룰 주택은 리슈건축 홍만식 소장과 홍예지 기자가 펴낸 책 ‘마당 있는 집을 지었습니다’에서 발췌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마당 있는 집] 집안 곳곳에 햇빛이 잘 드는 신현리 ‘햇살 담은 집’
[마당 있는 집] 집안 곳곳에 햇빛이 잘 드는 신현리 ‘햇살 담은 집’
고향을 떠난 이들은 ‘고향’이라는 장소를 떠올리며 그리움을 느낀다. 반면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은 떠난 이들의 이름에서 그리움을 느낀다. 이 때문에 고향에 남은 이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떠난 사람이 돌아올 수 있도록, 남은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새로운 터전에서 추억을 쌓을 방법은 없을까. 경북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에 지은 한 ‘햇살 담은 집’은 건축주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원래 살던 집 옆에 지은 새 고향집이다. 신현리 마을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자녀와 함께 살아가던 건축주는 도시로 이사하지 않고 이전에 살던 부모님의 집 옆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짓고자 했다.
◆건축 개요
위 치: 경상북도 문경시 마성면 신현리 319-34
규 모: 지상 1층(거실, 주방, 다용도실, 안방, 욕실 1)
지상 2층(자녀 방 1, 욕실 2, 자녀 방 2, 도서관)
대지면적: 232.00㎡(70.18평)
건축면적: 129.26㎡(39.10평)/건폐율 55.72%
연 면 적: 지상층 150.88㎡(45.64평)/용적률 65.03%
구 조: 철근콘크리트구조(1층), 경량목구조(2층)
설 계: 리슈건축사사무소
사 진: 김재윤 작가
◆건축가가 말하는 이 집은…
건축주는 긴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경북 신현리 고향을 지켜왔다. 그 시간만큼이나 한 집에서 부모님과 건축주 부부, 그리고 자라나는 자녀들이 쌓아온 추억도 많았다.
건축주는 자녀를 위해 새 집을 필요로 했지만 화목한 가정의 틀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전 집과 가까운 곳에 아이들과 함께 살 새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한 것. 하지만 농가에 짓는 새 주택이라 주변 주택보다 너무 튀게 건축될 것이 걱정이었다. 건축주는 마을에서 너무 튀지 않으면서도 주변에 있는 주택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최고 과제로 삼았다.
■마을 주민과의 화합을 중시한 설계
농어촌 지역의 신축 같은 경우 외부인들이 원주민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일이 더러 있는데, 이 집은 오랜 기간 거주하며 쌓아온 주민들과의 정 덕분에 그런 점에서는 염려가 없었다.
다만 신축 과정에서 다른 주택과의 위화감이 없어야 했기에 층고와 담장 등이 너무 높지 않도록 설계했다. 대문 역시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만 확보할 수 있도록 낮게 설치했다. 또한 박공지붕을 통해 경사 지붕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최대한 살리고, 멀리 흐르는 강과 산 등의 자연환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외부 시야를 들일 수 있는 공간들을 구성했다.
■ 아이의 꿈과 함께 자라나는 공간
주택들 중 간혹 어느 한 공간은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내부 곳곳에 햇볕이 잘 들어온다. 2층 테라스에서부터, 안쪽 계단실까지 집 전체에 햇살이 잘 들어올 수 있게 설계한 덕분이다. ‘햇살 담은 집’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주택 내외부에서 고루 느낄 수 있다.
남향으로 열린 입체적인 마당들도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필로티 공간을 활용한 툇마루는 기존 어머니 집과의 관계를 고려한 장소다. 필로티 구조로 된 마당은 어머님의 집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각자의 집은 따로 있지만 언제든지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 셈이다.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요구 사항에 맞춰 테라스가 어우러진 풍부한 도서관 공간도 확보했다. 외부 시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픈형 책꽂이의 도서관은 가족실로 이용되기도 한다. 책은 지정된 도서관 외에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했는데,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공간은 계단실이다.
계단 중앙부에 책꽂이를 함께 놓아 아이들이 계단에서도 편한 자세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로 인해 계단은 단순히 위아래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에서 벗어나 미니 독서실로 자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