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30 11:45 | 수정 : 2020.01.30 15:21
[땅집고]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사상 최초로 9억원을 넘어서면서 고가 주택 기준 상향 논의가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216만원이다. 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9억원을 돌파했다. 중위가격이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가격으로,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데 쓰인다.
‘9억원’은 현재 세법이나 대출에서 고가주택과 일반주택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따라서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고가주택이라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9억원 넘는 ‘고가주택’ 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 8개월 동안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종합 부동산 대책을 4번, 이를 합한 크고 작은 정책들을 총 18번 발표했다. 하지만 이 기간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0.4%(3억581만원) 상승했다.
이번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까지만해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이었다. 이후 집값이 폭등하면서 8개월 후인 2018년 1월에는 7억500만원, 또 8개월 뒤인 2018년 9월에는 8억2975만원으로 올랐다.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잠시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5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2019년 12월 8억9751만원으로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과 가까워졌고, 초강력 규제책이라고 꼽히는 12·16대책이 발표된 후에도 올라 결국 9억원을 넘어섰다.
1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전면 금지,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을 포함한 12·16대책이 나왔는데도 중위가격이 오른 것은 ‘풍선 효과’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의 상승세는 꺾였지만 대신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호가가 큰 폭으로 올라버린 것이다.
다만 국민은행 시세는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 방식이라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절반이 고가주택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달 초 기준 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 9억원 초과 비중은 37.1%였다.
■중위가격은 2배 뛰었는데 고가주택 기준은 10년 동안 그대로…현실화 논란 우려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면서 앞으로 고가주택 기준 현실화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008년 12월 4억8084만원에서 지금까지 4억3000만원 이상 올랐지만, 고가주택의 기준은 10년 넘도록 바뀌지 않았다.
현재 9억원은 조세나 대출 등 정부 규제 적용 여부를 가르는 판단 기준으로 쓰인다. 1주택자라도 실거래가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며, 취득세율도 3.3%를 적용받는다.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는 9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축소된다.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하거나 매입하는 전세 세입자의 경우 전세대출이 금지 및 회수된다.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금지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위가격이 지난 10년 동안 2배 가까이 올랐으므로, 고가주택 기준도 12억~13억원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고가주택 기준을 변경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원을 초과했지만,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을 포함한 전체 주택의 중위가격은 아직 6억원대이며 전국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원에도 못미친다는 것이 이유다. 또 종합부동산세는 시세가 아닌 ‘공시가격(1주택 9억원, 2주택 이상 6억원)’이 과세 기준인데, 고가주택 기준을 올리면 종부세 과세 기준도 함께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 세무사는 “정부가 고가주택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것이 조세 정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현재보다 세금을 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전체 주택의 몇 퍼센트를 고가주택으로 놓고 규제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는 앞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