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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상가도 단숨에…"이젠 부동산도 MD가 답이죠"

    입력 : 2020.01.21 04:18

    [미리 만난 건축주대학 멘토] 이효린 교보리얼코 파트장 “입지와 주변 여건 분석해 딱맞는 업종 넣어야 성공”

    [땅집고] 이효린 교보리얼코 투자자문팀 파트장은 "요즘엔 부동산에도 MD가 뜨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홍 기자

    “상권을 살리는 건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상가’가 아닙니다. 입지와 주변 여건에 딱 맞는 상가죠. 바로 부동산 MD(상품기획)의 힘입니다.”

    입주가 끝나고 1년 반 가까이 비어있던 서울시 마포구 ‘마포한강푸르지오’ 아파트 상가를 살린 건 교보문고였다. 대학가인데도 주변에 대형 서점이 없다는 점에 착안한 교보문고가 지하 2층에 입점한 이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하 2층부터 인구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어 윗층 상가에도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 등이 연달아 입점했다. 입주 4년차인 지금은 지하철 합정역 일대에서 손꼽히는 상권으로 통한다.

    [땅집고] 지하철 합정역 인근 마포한강푸르지오 상가 내에 있는 교보문고. /교보리얼코 제공

    MD전문가로 꼽히는 이효린 교보리얼코 투자자문팀 파트장은 ‘마포한강푸르지오’ 상가를 살린 장본인이다. 스타시티와 포도몰, 파스텔시티 컨설팅에도 참여했다. 일본 모리빌딩 도시기획에서도 근무했다. 지금은 교보리얼코에서 중소형 빌딩 매입·매각과 컨설팅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오는 2월 4일부터 열리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11기 과정에 멘토로 참여해 '죽어가는 건물도 살리는 마케팅 기획과 전략'을 주제로 예비 건축주 대상으로 강의할 예정이다.

    ―마포한강푸르지오에 교보문고가 들어서게 된 배경은.
    “이 상가는 선(先) 임대, 후 분양을 진행했다. 그런데 임차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기 어려워 임대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합정역 대표 상권이자 경쟁시설이기도 한 ‘메세나폴리스’ 몰이 아웃도어(outdoor) 특성을 지닌 점에 주목했다. 가족과 20~30대 젊은층 수요를 꽉 잡은 ‘잘 나가는’ 상권이었지만 장마철이나 한파,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고객 수가 현저히 줄었던 것이다.

    마포한강푸르지오는 인도어(indoor) 몰로 구성하려고 했다. 날씨와 상관 없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업종이 대형 서점이다. 먼저 실내 거점 역할을 교보문고가 맡았고, 이후에는 F&B와 라이프스타일 샵을 넣었다. 이렇게 입지와 주변 여건을 분석하고 기존 상권과 차별화 계획을 세우는 것이 MD의 역할이다.”

    ―부동산 MD 분야가 낯선 측면이 있는데.
    “MD(merchandise)라고 하면 보통 패션·유통 상품 마케팅을 떠올리기 쉽다.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기획하고, 가치를 높이는 전략 등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MD'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역 특성과 입지, 건물주의 여건 등을 고려해 부동산을 '최적의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부동산 상품기획 개념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건 2002년 즈음이지만 아직까지 대형 건설사나 시공사에만 국한돼 있다.”

    [땅집고] 리모델링한 현대라이프생명보험 저층부의 시공 이전(왼쪽)과 이후 모습. /교보리얼코 제공

    ―부동산 상품 기획이 필요한 이유는.
    “건축주의 수익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식당·카페·병원 등 어떤 업종이 들어서느냐가 임대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즉 부동산 상품 기획력에 따라 임대료뿐 아니라 향후 매각할 때 자산 가치도 크게 오를 수 있다. 소형 건물 건축주가 큰 비용을 들여가며 부동산 상품을 기획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사실 대형 쇼핑몰보다 중소형 건물 상품 기획이 더 필요하다.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해서 건물과 공간에 대한 기획력을 높이는 것이 훌륭한 건물을 가진 건축주가 되는 비결이다.”

    [땅집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에 들어선 테라로사 카페. /교보리얼코 제공

    ―소형 상가 건물에서 MD 구성 방안은.
    “건물 용도와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 먼저다. 이후 주변 입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건축주가 소유한 건물과 엇비슷한 규모의 다른 건물은 어떻게 구성됐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연령별 거주 인구 분포와 유동 인구 비율을 파악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그런 후에 소비자와 트렌드 변화를 분석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다른 상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은.
    “고객이 방문해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좋다. 대형 서점과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유행하는 것도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발달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강세다.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재방문 횟수를 늘리려는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한다.”

    [땅집고] 지하철 합정역 인근 마포한강푸르지오 아파트 상가 내부. /교보리얼코 제공

    ―건축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색 있는 매장을 입점해 상권이 살아나면, 건물주들이 앞다퉈 임대료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기존 임차인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떠나고 높은 임차료를 낼 수 있는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다. 결국 정체성과 특색을 잃고 고객 발길도 끊긴다. 건물주와 임차인이 갑과 을의 관계라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건물도 살고, 건물 가치도 더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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