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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만 해줄 리 있나"…목동 재건축은 총선용 표심잡기?

    입력 : 2020.01.17 05:22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단지 앞에 '종상향 경축' 현수막이 붙어있다./박기홍 기자

    [땅집고] 지난 1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단지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경축! 목동 1,2,3단지 3종 확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해 12월 26일 1~3단지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종 상향)이 확정된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이다. 목동 아파트 단지 곳곳에 비슷한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4, 5단지 일대에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박기홍 기자

    목동 아파트 단지에는 최근 다른 호재도 등장했다. 지난달 31일 목동 6단지가 전체 14개 단지 중 처음 진행한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A~C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하고 E등급은 재건축 확정이다. D등급은 ‘조건부 통과’다. 목동 6단지는 6개월간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적정성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재건축 가능 여부를 통보받는다. 12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도 이날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미 안전진단을 신청한 5개 단지(5·6·9·11·12단지)에 이어 다른 단지도 안전진단 비용을 모금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학군 인기 지역인 양천구 목동 일대가 재건축 기대감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도 14개 단지를 돌며 재건축 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호가도 오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호가를 놓고 주민들과 중개업소 간에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안전진단이 통과된 것은 정부가 ‘총선용 연막 작전’을 펼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19년 서울 양천구 아파트 매매가./한국감정원

    ■ 관심 높지만 대출 규제로 ‘관망세’ 짙어

    작년 말부터 목동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강세를 보였다. 작년 12월 30일 1단지 전용면적 65㎡가 13억원에 실거래된 것. 이는 두 달 만에 2억원 가까이 오른 역대 최고가였다. 단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목동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한 지 오래됐지만 지금이 가장 기대감이 높다”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거래 가능한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3단지./박기홍 기자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제 투자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도 호가가 워낙 오른데다,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까지 더해져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목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선 “재건축 호재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이틀 정도 문의 전화가 제법 왔는데, 지금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 D등급 통과는 잘 된 일 아냐…“총선용에 불과할 것”

    일부 주민들 사이에는 6단지가 안전진단에서 종합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 큰 의미가 없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공공기관의 2차 최종 평가 기준이 엄격해진 탓이다. 6단지는 평가 비중(50%)이 높아진 ‘구조안전성’에서 C등급을 받았는데, 2차 최종 평가에서 상향 조정이 될 수도 있다. 2차 평가에서 구조안전성 등급이 올라가면 종합평가 등급도 올라가 재건축 사업 진행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서울 구로구 오류동 동부그린 아파트도 1차 평가에선 D등급을 받았다가, 지난해 10월 2차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 사업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주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총선용’ 표심 잡기 차원에서 1차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시킨 뒤, 선거 후 최종 결과에서 C등급으로 재건축을 막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도 제법 있다. 안전진단 통과 직후 여·야 지구당 명의로 ‘안전진단 통과 축하’ 현수막도 내걸었지만, 주민들이 이 현수막을 강제로 철거해 버렸다. 목동 주민 배모씨는 “정부가 재건축을 때려 잡으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마당에 목동 재건축만 허용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정밀 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6단지./박기홍 기자


    ■ “단기 투자는 위험…재건축까지 최소 10년 잡아야”

    전문가들은 현재 목동 재건축 아파트에 호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거래가 이뤄지면서 실거래가격이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고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출이 막힌데다 호가가 올라 목동 아파트는 투자자들이 쉽게 달려들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갭 투자’도 쉽지 않다. 매매 호가가 워낙 급하게 올라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40% 수준에 불과하다. 목동에서 갭 투자로 재건축 아파트를 사려면 중소형 아파트도 자기 자본이 최소 1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정밀 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6단지./박기홍 기자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 재건축 사업은 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초과이익환수제까지 3대 규제가 모두 적용되고 있어 현재 가격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며 “현재 목동 아파트를 사려면 실거주를 겸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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