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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보다 수입 짭짤하네'…변신 꾀하는 봉천동 모텔촌

    입력 : 2020.01.10 06:02

    [땅집고] 지난해 12월 20일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이어지는 골목길. 골목길 좌우로 ‘21세기 모텔’, ‘바이올린’, ‘휠’ 등의 간판을 판 모텔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모텔 중간 중간에는 신축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영업 중인 모텔과 공사 현장이 섞여 있는 모습이다. 공사 현장은 원래는 대부분 모텔이 있던 자리였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근처 모텔촌. '휠' 모텔 옆에 새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있다. /이지은 기자

    이 골목길에 워낙 모텔이 많아 이곳을 찾는 행인들과 주민들은 이 거리를 ‘봉천동 모텔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모텔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이곳에 10~15층 사이의 오피스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동네 곳곳에 있는 공인중개사사무실에는 ‘오피스텔 분양 상담’ 전단이 걸려 있었다.

    [땅집고] 봉천동 모텔촌에선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공사 현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지은 기자

    2017~2019년 사이 이 일대에 새로 들어선 오피스텔 수만 총 15곳이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8여년 동안 거주한 김모(30)씨는 “3~4년 전만 해도 저녁이 되면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쪽으로는 무서워서 잘 못 다녔는데, 지금은 모텔보다 오피스텔 수가 더 많아져서 동네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고 말했다. 봉천동 모텔촌이 ‘오피스텔촌’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땅집고가 알아봤다.

    ■관리비 많이 드는 모텔 포기하고 오피스텔 짓는 건축주들

    [땅집고] 서울대입구역 3번출구 일대는 상업지역(분홍색 표시)이라 용적률이 높은 오피스텔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네이버 지도

    봉천동 모텔촌이 오피스텔촌으로 변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모텔 소유주들이 낡은 모텔을 보유하면서 리모델링 비용, 숙박 업소 애플리케이션 광고비, 카운터·청소 직원 인건비 등 각종 관리비를 들이는 것보다 새 오피스텔을 분양해 수익을 얻는 게 수지타산이 맞다고 판단한 것.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일대는 대부분 상업지역인데도, 15~20년 전 이곳에 모텔들이 들어 설 때는 4~5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하지만 그 사이 서울의 땅값이 급등하면서 땅주인은 용적률을 최대한 적용 받아 건물을 높이 지을수록 수익성을 더 챙길 수 있게 됐다. 이곳은 상업지역이어서 용적률이 700% 안팎까지 허용되며, 10층 이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입주한 ‘프리비다 162(162가구)’가 용적률 799%, 지난해 10월 입주한 ‘관전G타워(117가구)’가 용적률 659% 등이다.

    이 지역이 관악산 자락이어서 경사가 제법 있는 것도 오피스텔 사업의 수익성을 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봉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남쪽에 있는 관악산 때문에 서울대입구역에서 관악구청 삼거리 쪽으로 갈수록 경사가 지는데, 이런 경사면에 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주들이 용적률 이득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상 경사면에 접해있는 땅에선 건물 지하 1층을 마치 1층처럼 쓸 수 있는데, 건축법상 지하층은 용적률을 계산할 때 바닥 면적에 산입하지 않는다. 건축주 입장에선 같은 용적률을 적용 받더라도, 1개 층을 더 지을 수 있는 것이어서 수익성이 크게 올라간다.

    ■다른 대학가 오피스텔보다 10~20% 저렴한 월세…대학생·사회초년생에게 인기

    [땅집고] 봉천동 모텔촌에 들어서있는 오피스텔 전세 및 매매가는 1억6000만~2억원 선으로, 다른 대학가 오피스텔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네이버 부동산

    이 지역은 오피스텔 수요도 풍부해 분양도 잘되는 편이다. 봉천동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원룸 촌’으로 인근 대학 학생과 강남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1~2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이다. 특히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내집 마련이 어려워진 사회초년생들이 서울대입구역 인근 오피스텔을 주로 찾는 편이다. 지하철로 10~20분이면 강남권에 닿을 정도로 입지가 좋은 데 비해 18㎡ 기준 월세가 55만~65만원 정도다. 다른 대학가 오피스텔 임대료(70만~100만원)에 비해 10~20%쯤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현재 봉천동 신축 오피스텔 전세·매매가는 모두 1억6000만~2억원 정도다. 연세대·이대·서강대와 가까운 서대문구 대현동 오피스텔 매매가가 최소 2억원에서 2억원 후반대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축에 속한다. 수요가 풍부하다보니 이곳에 짓는 오피스텔마다 ‘완판’ 행진이다. 2018년 7월 입주한 ‘한양아이클래스’의 경우 분양 첫날 분양 계약이 완료됐다.

    [땅집고] 봉천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신축 오피스텔 전월세 매물을 홍보하는 전단이 붙어있다. /이지은 기자

    지역 주민과 상인들도 모텔촌이 오피스텔 밀집 지역으로 바뀌는 것을 반기고 있다. 통상 모텔촌은 ‘음습’한 분위기가 있어 일반 행인들이 이 거리를 다니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모텔 대신 들어선 오피스텔 1층에는 카페와 식당 등 상업 시설이 들어서면서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이 지역에선 만난 B 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은 “아무래도 모텔이 몰려 있으면 동네 환경도 낙후되기 마련인데,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젊은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정상적인 주거지역으로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 일대의 주거 가치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오피스텔이 좀더 들어서면 이 지역이 신촌역·이대역·왕십리역 주변처럼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상업지역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청년층에게 전월세 대출 지원을 확대한 것도 봉천동 오피스텔촌을 띄운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라며 “봉천동은 강남 접근성이 좋은 데 비해 아직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앞으로도 새 오피스텔이 꾸준히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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