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1.07 09:53 | 수정 : 2020.01.07 15:13

[땅집고] 올해3월부터 수도권에서 주택을 매수할 때 집값 조달 경위를 신고하기 위해 제출하는 ‘자금조달계획서’가 증여세 등 납세 대상자를 바로 가려낼 수 있을 정도로 꼼꼼해진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하는 주택을 살 때는 매수자가 자금조달계획서 내용 입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증빙서류만 15종에 달한다.
7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16 대책에서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을 상세하게 나누고,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한 경우 증빙서류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번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은 자금조달계획서 항목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먼저 증여나 상속을 받은 경우 기존에는 단순히 증여·상속액만 밝히면 됐다. 개정안은 부부나 직계존비속 등 누구로부터 증여·상속 받았는지도 상세히 밝히도록 한다. 이 경우 부부와 직계존비속 중 누구로부터 얼마를 증여받았느냐에 따라 증여세 부과 대상 여부가 계획서상에서 바로 드러나게 된다. 부부간 증여라면 6억원까지 증여세가 면제이며, 직계존비속 증여라면 5000만원까지만 면제된다.

기존에는 주택 구매 자금 중 현금 및 비슷한 자산은 ‘현금 등’으로 뭉뚱그려 기재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현금과 기타자산을 나누고 기타자산은 무엇인지 적시해야 한다. 현금과 비슷한 자산이 있다면 그것이 금괴인지, 비트코인인지 등 자산 종류를 명확하게 밝히라는 의미다.
계획서에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계좌이체, 보증금·대출 승계, 현금 지급 등으로 나눠서 밝혀야 한다. 만약 현금으로 집값을 치렀다면 왜 굳이 돈뭉치를 가져가 건네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자금조달계획서 조사 과정에서 불법 증여 사례 등이 다수 적발됐다”면서 “탈법 소지가 많은 부분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소명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구매했을 때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하도록 하는 증빙서류는 총 15종으로 규정한다. 현재는 지자체가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서 필요한 서류를 신고인에게 요청해 받아보면서 분석하는 체계다. 지자체 의지에 따라 조사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으로 아예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증빙서류 제출 의무를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조달한 자금 중 금융기관 예금이 있다면 예금잔액증명서와 잔고증명서를 내야 하고, 주식 매각대금이 있다면 주식거래내역서(잔고증명서)를 내야 한다. 현금 등 기타 항목을 기재한 경우 소득금액증명원과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소득 증빙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회사 지원을 받았다면 해당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금융거래확인서, 부채증명서, 금융기관 대출신청서 등을 구비해야 한다.
시행령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했다. 웬만한 수도권 주요 지역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으로 편입된다는 의미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40일간의 입법예고와 규제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3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