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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여길 때려잡아?" 규제 일변도에 노원구 분노 폭발

    입력 : 2020.01.06 05:22

    [땅집고] 12·16 대책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확대. /국토교통부

    [땅집고] “노원구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폭등 지역도 아니고, 그냥 저냥 살고 있는 동네인데…(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이용자 A씨).”

    지난 16일 정부가 내놓은 ‘12·16 대책’을 확인한 노원구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책에 노원구 상계·중계·하계·월계동, 일명 ‘4계동’을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편입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어서다. 이날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노원구는 그동안 서울 집값이 폭등하는 걸 구경만 하던 곳인데, 왜 매번 두들겨 맞아야 하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땅집고] 서울 자치구별 노후아파트 비율. /부동산114

    노원구는 서울에서 노후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다. 준공한지 30년을 넘어 재건축 연한을 채운 아파트가 35%, 준공 20년을 넘긴 단지는 87.54%에 달한다. 워낙 낡은 아파트가 많다보니 정비 사업을 진행하는 단지들이 수두룩하지만 ‘소문 만큼’ 집값이 오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노원구에서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아파트는 이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 ‘미미삼’이라고 부른다. 미성·미륭·삼호아파트를 뜻한다. 이중 ‘미륭아파트’ 51㎡ 13층 주택은 올해 1월 5억2000만원에서 11월 5억3500만원으로 1여년 동안 1500만원 올랐다. 같은 기간 ‘미성아파트’ 50㎡도 4억6300만원(13층)에서 5억원(14층)으로 3700만원 올랐다. 강남권이나 마포·용산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워낙 집값이 싼 동네인 까닭에 오르기는 올랐다지만, 실제로는 그저그런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노원구에선 이번 분양가상한제 지정을 비롯해 그동안 강남권과 똑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온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수요자들이나 투자자들 모두 별 다른 시세 차익을 얻지 못했는데 대출이 막히고 동네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재건축 사업까지 사실상 올스톱 되는 등 피해만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집값 오른 적 없는데 ‘투기지역’이 웬말

    [땅집고] 8·2 대책에서 지정된 서울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이지은 기자


    노원구는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 대상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우선 2017년 8·2 대책에선 강남구·서초구·송파구·세종시 등 11개구(區)와 함께 투기지역으로 묶였다. 당시 노원구 아파트 시세는 3.3㎡(1평)당 1366만원으로 서울 평균(2039만원)을 한참 밑돌았던데다가, 대책 발표 직전 ‘반짝 상승’한 일부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하면 집값 상승률도 미미했기 때문에 ‘왜 노원구가 투기지역이냐’는 의견이 쏟아졌다. 노원구 주민들은 강남권과 함께 묶여 최고강도 규제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투기지역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땅집고] 서울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7번 출구 앞에서 노원구에 대한 정부의 ‘투기지역’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주민들 의견을 입증하듯 8·2대책 이후 1년 동안 노원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57%에 그쳤다. 투기지역 평균(8.18%)은 물론이고 서울 25개구 평균(6.95%)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송파구(12.78%), 용산구(10.06%), 강동구(9.37%) 강남구(8.98%) 등 나머지 투기지역 집값은 똑같은 규제를 받는데도 크게 오른 것을 보면, 정부가 굳이 노원구를 잡을 필요가 없지 않았냐는 불만이 나왔다.

    ■안전진단 강화에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 공급 차질

    [땅집고] 2018년 안전진단 평가항목 가중치 변경 내용. /국토교통부

    지난해 2월에는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노원구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재건축이 막히기도 했다.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는 20%에서 50%으로 강화되고, 주거환경(40% → 15%)과 설비노후도(30% → 25%)는 낮아졌다. 노원구 노후 단지들은 가구당 주차 대수가 1대 미만이라 놀이터를 주차장 대신 쓰고, 수도배관이 낡아 녹물이 나오는 등 생활 불편을 겪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사실상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힘들어졌다.

    실제로 지난 10월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아파트(미미삼)’가 예비안전진단 결과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A~E등급 중 D등급 이하여야 정밀안전진단 자격이 주어지는데, 지난해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는 바람에 주거환경 B, 설비노후도 C, 구조안전성 C 등을 받아 최종 C등급으로 낙방했다. 이 일대에서 재건축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지라고 꼽히던 ‘월계시영 아파트’가 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자 다른 노후 단지들은 명함도 못 내밀게 됐다.


    [땅집고] 노원구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이런 상황에서 노원구는 올해 12·16 대책으로 분양가상한제 규제까지 받게 됐다. 주민들 사이에선 “노원구에서 가장 최근 분양한 지난해 8월 ‘노원꿈에그린(상계주공8단지 재건축)’ 평균 분양가가 3.3㎡(1평)당 1815만원으로,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2660만원)에 비하면 높지 않았는데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이 의문”이라는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초 오는 2020년 초 분양할 계획이었던 ‘상계롯데캐슬(상계6구역)’ 분양 일정은 계획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땅집고]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전경. /네이버 로드뷰

    노원구에 규제가 겹겹이 적용된 상태긴 하지만, 이번 12·16 대책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노원구 집값을 올리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대책이 9억원 이상 주택을 중점적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노원구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노원구는 가만히 놔둬도 재건축 추진이 어렵고, 집값 상승도 쉽지 않은 지역인데 규제가 나올 때마다 규제 대상지역에 포함되고 있다”며 “주민들로서는 누구를 위한 대책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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