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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룡의 현장通]"대치동 국어맛집 불났다"…정시 확대에 학군지 다시 뜬다

입력 : 2019.12.24 18:42 | 수정 : 2019.12.26 09:09

아미들의 전쟁? 어미들의 전쟁!

서울 대치동 '이도 국어' 학원 앞, 수강신청 학부모 대기줄.

며칠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던 중이었다. 밤늦은 시간 학원 앞에 중년 남녀로 이뤄진 긴 줄을 봤다. 대치동의 밤은 언제나 아이들을 기다리는 차량들로 북적이지만 학원 앞 긴 행렬은 낯선 풍경이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학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득달같이 다이얼을 돌렸다.

“국어학원 등록하려고 며칠 밤을 새우는 엄마들도 있어. 요즘은 국어가 중요해.”
“수학, 영어가 아니고 국어라고?”
“요즘 애들은 유튜브를 많이 봐서 글을 읽기 힘들어해. 문제를 이해 못하는 경우도 많아. 그러니 언어영역 점수가 안 나오지.”

대학 입시를 위해서 영어는 기본이고 수학은 필수다. 우리 자식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영어, 수학, 기타 학원 셔틀을 타고 쳇바퀴를 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없어 국어는 뒷전이다.

오랫동안 입시의 열쇠는 수학에 있었다. 그런데 최근 수리 1등급, 언어 4등급이 소위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간다고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수학능력=독해(讀解)

대입 수능시험에서 국어는 수학보다 논리적이다. 5개 문항 중 왜 1개가 답이고, 4개가 답이 아닌지 1분 30초 안에 해부해야 한다. 국어의 정(情)을 하나로 규정짓는 것은 모순이지만, 수험생과 출제자는 모순을 만들고 찾아야 한다.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의 눈은 좌우로 글을 읽지 못하고, 상하로 왔다 갔다 지문을 넘긴다.

유튜브를 보듯 수동적으로 지문을 읽으면 글쓴이의 뜻을 찾아내기 어렵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 내에 여러 지문의 공통된 뜻을 알기는 더욱 어렵다.

우리 아이들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문장을 해석하는 힘이 약한 데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독해가 수반된 독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교육 당국과 학부모들이 △획일적인 독서 △양적 독서 △평가자 중심의 독서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해답은 간단하다. 독서를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교육이 절실하다. 독서를 잘하는 아이는 교육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지문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나? 첫걸음은 단순하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독서할 때 뜻을 새기며 자세히 살피어 읽어야 한다. 하루에 30분만 정독(精讀)을 해보자. 가능하다면 초등학교 1학년처럼 소리 내어 읽어보자. 문맥을 파악하는 ‘알통’은 곧 생기기 시작한다.

◇학군지의 불패?…무늬만 대치동 학원 주의보

최근 대입 정시모집 확대로 학군 인기지역의 부동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전통의 인기 학군지역 집값이 꿈틀거리며 연일 호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인기 학군을 가장한 꼼수 마케팅도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몇 년 전부터 경기도 화성 동탄, 평택 등 수도권 분양 단지에서 ‘대치동 학원’을 유치했다며 수요자를 유혹한다. 당연히 국어도 대치동 선생님이 강의한다고 하지만 무늬만 대치동 학원일 뿐 ‘그냥 학원’을 아파트 홍보용으로 과대 포장한 것이다.

대치동 학원 시스템이 특화된 이유는 체계적인 학원생 관리에 있다. 대치동은 스타 강사 집결지이고 ‘규모의 경제’로 학생 개인별 학습성향에 맞는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이 있는 유일한 곳이다. 맞춤형 교습은 수백 개의 학원이 밀집한 곳에서 과목별로 상담받아 최적의 학습방법을 찾는 것인데 동탄이나 평택의 새 아파트 단지는 학생 수가 적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없다. 일정이 빡빡한 유명강사가 동탄이나 평택에 가서 강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치동 학원이라는 타이틀에 수요자들이 현혹되어선 안 되는 이유다.

지금 이 시각에도 '피,땀,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 땅의 학생들에게 건투를 빈다.

정우룡 부동산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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